샤넬, 클래식·빈티지 라인 등 인기제품 포함 최대 20% 가격인하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박선미 기자] 고가의 명품 가방으로 재테크를 하는 이른바 '샤테크'는 옛말이 되는 것일까. 깊어진 불황에 명품 브랜드들이 자존심을 꺾으며 가격인하에 나서고 있다. 중고품 가격도 일제히 내려가는 추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명품브랜드 샤넬은 전날부터 국내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일부 잡화제품 가격을 최대 20% 인하했다. 클래식, 빈티지 라인 등 인기상품을 포함해 샤넬이 가격을 대폭 인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클래식 미디엄은 600만원에서 538만원, 클래식 점보는 715만원에서 600만원으로 각각 내렸다. 빈티지 라지도 652만원으로 조정됐다.
이례적인 가격조정에 대해 샤넬 본사 측은 국가간 가격차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본사 측은 "유로화 가치 하락으로 지역간 가격차이가 더 커졌다"면서 "이에 따른 가격조정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실제 한국에 이어 중국도 다음달 8일부터 인하가격이 반영된다. 국가 간 판매가격이 벌어지면서 아시아계 개인이 유럽 현지에서 구매한 가방을 본국에서 재판매 하는 경우가 급증한 것도 이번 가격인하의 이유로 지목된다. 가격을 인하하더라도, 각 현지에서 제품 구매가 이뤄지는게 본사 매출 및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더 낫다고 판단한 셈이다.
샤넬의 해외 중점 시장 중 한 곳인 중국은 유로화 약세와 높은 수입관세 때문에 유럽과의 제품 가격 차이가 크다. 클래식 1112백의 경우 중국 판매가는 3만8200위안(약 688만원)으로 유럽 판매가 3500유로(약 423만원) 보다 63% 가량 높다. 중국 전자상거래 사이트 타오바오에는 이렇게 구매된 가방이 3만1000위안(약 558만원) 가격표를 달고 중국인들에게 재판매되고 있다.
샤넬은 한국, 홍콩, 베트남, 러시아 등에서도 일제히 가격 인하를 적용하고, 미국 내 판매 가격은 4900달러로 현재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샤넬 뿐 아니라 구찌, 프라다 등 인기 명품 브랜드들도 간접적으로 가격을 인하하고 있다. 고가의 가죽제품 보다는 캔버스나 스웨이드 소재의 가방을, 빅백 보다는 미니백을 주력 신제품으로 내놓으면서 진입 장벽을 낮췄다. 깊어진 불황으로 실적이 부진해진 데 따른 자구책이다.
구찌는 캔버스와 스웨이드 소재의 200만원대 제품을 주력 신상품으로 내놨다. 온라인 전용 제품을 따로 국내에 출시, 화려한 플라워 무늬의 100만원대 백을 선보이고 있다. 이탈리아 브랜드 프라다도 인기제품인 '사피아노' 가방을 작은 버전으로 만들어 기존 제품의 절반 가격에 아시아 시장에서 판매중이다.
이처럼 콧대 높았던 명품브랜드들의 가격정책이 일관성을 잃으면서, 중고제품을 구매가보다 높게 파는 이른바 '샤테크(샤넬+재테크)'의 매력도 사라지는 추세다. 게다가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명품 중고시장 역시 공급만 늘고 있는 상황. 사려는 사람은 없다보니 중고가격도 일제히 인하되고 있다.
한 중고 명품숍 관계자는 "수요가 줄면서 예전보다 가격이 내려가고 있는데, 그마저도 잘 팔리지 않는다"면서 "샤넬의 경우 그나마 높은 가격대를 유지해왔는데, 이번에 가격이 내려가면서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인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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