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은행 지배구조 확립, 해외는 어쩌나 봤더니…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7초

[한국금융 지배구조 리스크]③美·獨은 CEO 선임 놓고 눈치보기 없어

은행 지배구조 확립, 해외는 어쩌나 봤더니…
AD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지난 2009년 10월, 미국의 금융공룡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창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8년간 최고경영자(CEO)로 재직해 온 케네스 루이스가 갑작스레 사임을 밝힌 것. 루이스는 메릴린치 인수와 보너스 지급 파문 등으로 인해 뉴욕 검찰과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를 받아왔다.

바로 후임 CEO가 선임돼야 했지만 BoA는 허둥댔다. CEO승계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으며 CEO가 없는 경영공백 사태가 3개월간 이어졌다. 외국 선진 은행은 차기 CEO를 선임하는 데 2개월 이상으로 넘어가면 '사고'로 간주된다. BoA가 가까스로 후임 CEO를 선임한 건 연말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둔 때였다.


이후 BoA는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에 이사회의 책무로 경영권 승계 계획 마련을 포함시켰다. 매년 CEO가 이사회에 승계계획을 제출, 평가토록 했다. 유사시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BoA가 지향하는 방향처럼 해외 은행권의 지배구조는 '이사회'와 '경영승계 프로그램' 2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평소에는 독립된 이사회가 경영진을 압박ㆍ견제하고 유사시에는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가동, 바로 차기 CEO가 선임될 수 있게 한다. 이사회는 다시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점검해 미흡한 점을 계속 보완해나간다. CEO-이사회-경영승계 프로그램의 3각 편대가 지배구조 안정을 꾀하고 있는 셈이다.


지배구조의 틀을 짜는 이사회는 권한만 지닌 게 아니다. 독일 은행은 경영이사회와 감독이사회의 '이원적 이사회' 체제를 갖추고 있는데 경영이사회는 기업경영의 관리에 관해 CEO와 연대책임을 진다. 예컨대 독일 도이치뱅크는 내부 규정에서 '경영이사회는 집단 책임 하에 본사의 경영을 수행하고, 경영성과의 집단적 책임에서 면책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추후 혹시라도 생길 책임 추궁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독일 이사회는 객관적으로 경영진을 바라보게 된다.


선진 은행 중 가장 지배구조 체제가 확실하다는 평가를 받는 미 웰스파고는 경영승계 프로그램에 가장 심혈을 기울인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차기 CEO를 선임하는 데 3주를 넘긴 전례가 거의 없다. 웰스파고 CEO와 경영진은 매년 비상승계를 포함하는 승계계획과 경영진 역량 강화 사항들을 인적자원위원회(HRC)에 이사회에 보고한다. HRC는 승계계획을 전반적으로 감독하고 이사회는 결과를 최종 검토하고 보완을 지시하는 식이다. 론 프롤랑스 웰스파고 프라이빗뱅킹 최고전략가는 "회사의 지배구조 지침은 연차 점검사항으로 규정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미국 AIG는 CEO가 매년 경영승계 계획을 수립해 이사회에 보고하고, 시티 그룹은 매년 지명ㆍ지배구조위원회가 승계 연차보고서를 이사회에 제출한다. 제이피모건 체이스는 이사회 차원에서 최소 연 1회 승계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이같은 지배구조 노력으로 BOA, HSBC, 씨티그룹 등은 매년 발표되는 세계은행 순위에서 10위권 내를 오르내린다. 반면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세계경쟁력지수에서 우리나라의 금융시장 성숙도는 80위에 불과하다. 송민경 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미국, 독일 등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CEO 추천과 선임은 주주총회가 아니라 이사회의 권한 사항이자 핵심 책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는 지난해말 금융당국이 해외사례를 벤치마킹해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만들었고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정착까지는 시간이 거릴 것이란 시각이 많다.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