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3일 '김영란법' 통과…재석 247명 중 226명 찬성
자진신고시 면책 조항 우려…권익위 "공무원 보호 위한 것"
법사위 막판까지 진통…위헌소지 있지만 개정 가능성은 낮아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3일 논란 속에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법률적 오류와 위헌 소지 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지만 여야 원내지도부의 협상 시한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에 떠밀렸다. 협상 당사자조차 문제점을 인정할 정도로 허점을 방치한 채 국회를 통과해 사회적 논란과 함께 개정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이른바 '김영란법'을 통과시켰다. 재석의원 247명 중 226명이 찬성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12년 8월 해당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929일만이다. '스폰서검사' 등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없애야 한다는 명분에서 시작된 입법은 대상을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 등 민간영역으로 확대시켰다. 이날 법제사법위원회에선 사립학교 사주 등 임직원까지 대상을 넓혀 약 300만명이 대상으로 추정된다. 공포 후 1년6개월 뒤 시행된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자신이나 배우자가 직무관련성이 없더라도 100만원을 넘는 금품을 받게 되면 형사처벌을 받는 것이 골자다. 직무와 관련 없이 1회에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을 받거나, 연간 300만원 초과 금액을 받을 경우 형사처벌된다. 공직자 자신이나 배우자가 받은 금품에 대해 미신고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수수 금액의 5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야 한다. 100만원 이하의 금품은 직무관련성이 있을 경우에만 위반금액의 2~5배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과태료 부과는 법원이 맡는다.
그러나 여야가 협상시한에 떠밀려 졸속입법을 했다는 비판에선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법안 상정 직후 "자괴감이 든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위헌성이 있고 법치주의에 반하는 문제가 많음에도 여론 때문에 통과시켜야 하는 상황"이라며 "저 자신도 선정주의 인기영합주의에 사로잡혀 중심을 잡지 못한 점 반성한다"고 말했다. 부정청탁으로 규정한 유형이 애매하고 대상이 광범위해 위헌소지가 있다는 게 이 위원장의 주장이다.
여야를 떠나 이 같은 의견에 공감을 표시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협상을 주도한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법률가 출신으로 저도 문제가 있다는 건 인정한다"면서 "과잉금지 입법이 아닌가 하는 문제 등 어제 2시간 넘게 토론했다. 저도 확신은 없다"고 실토했다. 이어 "사실 좀 더 일찍 시간 갖고 논의했어야 했는데"라면서도 "여야가 처리를 공언해서 이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은 "국민들 보기에도 그렇고 입법부가 결론을 내기에도 곤혹스럽다"고 토로했다.
여야가 전날 적용 대상을 공직자의 '배우자'로 한정한 부분도 논란이 됐다. 김재경 새누리당 의원은 "형법 총론으로 돌아가서 돈 받으면 안 걸릴 수 없다"면서 "이상한 이론으로 이 법에 넣어서 더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배우자가 자진 신고하면 면책을 해주는 조항에 대해 이 위원장은 "돈 받고 낌새 이상해서 얘기하면 면책돼 잘못한 사람이 빠져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 또한 "어찌 보면 공직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도 했다.
사립교원의 대상에 교사 뿐 아니라 사주와 임직원을 포함하는 부분은 막판까지 쟁점이 됐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정무위원회안에 새롭게 추가하는 게 아니고 법안을 다듬는 과정에서 실수를 했기 때문에 법사위가 넣어도 문제될게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민간영역이 확대되고 법 전체를 다시 수정해야 한다"고 맞섰다. 한 차례 정회가 됐지만, 여야 원내대표 합의로 대상에 포함됐다.
법사위원들이 '김영란법'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위헌법률심판 제청 등 사회적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일부 의원들은 "일단 처리를 하고 향후 수정을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행 전에 수정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이 위원장은 "시행이 공포 후 1년6개월 뒤"라면서 "정치 관련 이슈가 산적한 상황에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는 한 수정논의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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