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이케아의 매출을 파악하라."
국내 가구업계 1위인 한샘에 특명이 떨어졌다. 바로 국내에 상륙한 지 두 달이 지난 '가구공룡' 이케아의 실적을 정확히 파악하라는 최양하 한삼 회장의 주문 때문이다.
당초 이케아의 한국 진출은 국내 가구업계의 매출 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올해 본격적인 대결이 예상되는 만큼 현재까지의 실제 매출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양하 한샘 회장은 최근 본사 기획팀을 주축으로 이케아의 지난 두 달 간의 매출을 파악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케아 한국법인인 이케아코리아는 유한회사로 설립돼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실제 수입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한회사는 현재 회계법인으로부터 외부회계 감사를 받지 않아도 돼 감사보고서를 공시하지 않는다.
그동안 가구업계에서는 이케아의 한국 진출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면서도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애써 축소하는 모습이었다.
실제 최양하 회장도 최근 가졌던 기자간담회에서 "이케아가 한국에 진출했지만, 한샘의 성장에는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이케아는 대형매장에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을 판매하는 단일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한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라면서 "한샘은 제품 품질, 고객 서비스 부분에서 앞선다"며 자신감도 내비쳤다.
이 같은 자신감을 입증하듯 국내 가구업계 1위인 한샘과 2위인 현대리바트는 지난해에도 호실적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샘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31.6% 증가한 1조3248억원, 영업이익은 38.3% 늘어난 1104억원을 기록했다. 현대리바트는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전년 대비 16% 증가한 6428억6600만원, 영업이익은 342억원으로 166%나 급증했다. 이케아 상륙이 이뤄졌지만 주 타깃층이 다른 데다, 그간 대형매장 확충과 온라인 강화 등 소비자 접점 채널을 늘리며 브랜드력을 쌓아 올린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에 반해 이케아는 1~2인 가구를 중심으로 소품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조립과 배송비 부담에 익숙치 않은 중장년층은 여전히 이케아의 문화와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특히 이케아에 대비하기 위한 사전 대응전략이 사업구조를 더 탄탄하게 했다는 '메기효과'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듯 국내 가구업체들이 이케아 태풍에도 선방하는 실적을 거뒀지만 이케아 광명점 오픈이 지난해 말 이뤄진 만큼 본격적인 대결은 올해부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케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8일 개장한 광명점은 한 달 만에 방문객이 100만명을 넘어섰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오픈효과가 가시며 일평균 4만명이었던 방문객 수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이케아가 2020년까지 광명점 외에 4개 매장을 추가로 열 계획이라 이케아 열풍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케아는 이미 경기도 고양과 서울 강동에 2,3호점을 열 준비를 마쳤다.
업계 관계자는 "이케아 경쟁 영향이 예상보다 제한적이고 B2B와 B2C의 성장이 지속되면서 국내 가구업체들의 성장세가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올해가 이케아와 국내 가구업체들 간의 본격적인 경쟁의 한 해가 될 것이니 만큼 이케아의 실제 매출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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