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서울 신천동에 살던 김모씨는 지난해 말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에서 50평대(전용면적 144㎡) 아파트를 샀다. 서울 강남에서 30평대에 살던 중 또다시 전세금을 올려달라는 요구에 외곽지역에서 보금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김씨는 "서울 20평대 아파트 전셋값으로 2배나 넓은 집을 싹 수리까지 하고 들어 왔다"고 자랑했다.
#지난달 27일 서초구 '서초삼풍아파트' 166㎡는 감정가 14억5000만원보다 높은 14억8500만원에, 이달 17일에는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195㎡가 감정가와 동일한 35억원에 각각 낙찰됐다.
중대형 아파트 몸값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사려는 이들이 늘고 미분양은 크게 줄어들었다. 분양과 경매시장에서도 날개돋친 듯 팔려나간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후 1~2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85㎡ 이하 소형 아파트만 찾던 흐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청약통장 1순위 보유자 1200만명 시대를 맞아 중대형 아파트 인기까지 가세하며 아파트 분양시장에 본격 봄 소식이 찾아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중대형의 인기는 도심 접근성이 좋은 단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11월 GS건설이 서울 종로구 교남동에 분양한 '경희궁자이'는 전용면적 101㎡, 116㎡, 138㎡의 청약 경쟁률이 84㎡ 이하 소형보다 훨씬 높았다. 대형 평수는 청약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모두 계약되면서 소형보다 일찍 판매를 마쳤다. 투자 수익률 측면에서 소형이 더 인기가 높을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은 결과다. 서울의 전세난이 심화되고 내 집 마련이 여의치 않아지자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은 경기 김포, 용인 등으로 눈을 돌려 집을 사는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교통호재가 있는 지역에서도 중대형 거래가 많다. 용인 풍덕천동 오신애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신분당선 개통이 임박하면서 전세나 매매 모두 30~40평대 물건은 아예 찾아볼 수가 없다"며 "40평 정도 매매를 생각하고 찾아온 손님들이 1억원 정도 은행 대출을 더해 60평대 이상의 큰 평수를 매매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말했다.
자녀가 결혼을 한 뒤 육아 도움을 받기 위해 혹은 부모님 부양을 위해 3대 이상이 한 집에 모여 사는 경우까지 가세한다. 장석봉 GS건설 분양소장은 "경희궁자이의 경우 도심에 위치해 대중교통이 편리한 데다 병원 및 쇼핑ㆍ문화시설과 인접해 50대 이상의 자금 여력이 있는 중장년층이 대형 평형을 선호했다"며 "요즘엔 자녀들이 결혼을 늦게 하고 결혼 후에도 부모와 같이 사는 경우가 많아 넓은 공간을 선호하는 수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온나라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의 매매 거래량은 11만2208건을 기록, 4년 전인 2011년 10만8798건을 넘어섰다. 중대형 아파트는 한때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서 기피 물건으로 분류돼 2012년과 2013년에는 매매거래가 각각 7만5533건, 8만7292건에 그치는 등 부진을 보였다. 증여나 분양권거래 등을 모두 포함한 중대형 거래량도 2012년 12만9137건, 2013년 12만8471건에서 지난해 15만3547건으로 크게 늘었다.
반면 중대형 아파트 미분양은 지속적으로 소진되고 있다. 2010년 말 기준 5만4090가구가 남아 있던 85㎡ 초과 미분양 아파트는 2011년 4만286가구, 2012년 3만2313가구, 2013년 2만4102가구로 매년 꾸준히 줄어 지난해 12월에는 1만3395가구만이 남았다. 다만 중대형은 투자용으로 구입하기엔 무리라는 조언이 나온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그동안 대형 평형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했던 탓에 수요가 늘어난 것이지 2006년 이전 상황과 비교할 때 대세라고 보긴 무리"라며 "과거 대형 평수의 경우 악재가 발생할 경우 낙폭이 더 컸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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