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해외서 배운다
美, 英 투자규모 최대 600% 늘어 성장기…국내선 '未生' 수준
금융의 산업화 등 시너지 창출 가능, 단순 지급결제서 다른 분야로 확대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금융ㆍ정보통신기술(ICT) 융합서비스인 핀테크가 침체된 지구촌 경제의 마중물로 떠오르고 있다. 선진국의 저금리 저성장 장기화, 유럽과 남미의 경제 위기 등으로 글로벌 경제가 안갯속에 빠진 가운데 핀테크가 위기 타개의 지렛대로 기대되는 것이다. 금융이 산업화되고 대기업ㆍICT 기업이 가세하면서 발생하는 시너지가 미래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핀테크 산업이 선진국에서 도입된 시기는 1990년대다. 도입 초기에는 보안의 우려에 따른 소비자 기피, 법적ㆍ제도적 시스템 미비, 기술 제약에 따라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2000년대 후반 상황이 반전했다. 애플 아이폰이 스마트폰 시장을 만들어내면서부터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애플 아이폰이 스마트폰을 통한 자유로운 지급결제를 가능케 한 후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핀테크 시장에 뛰어들었다"며 "아이폰이 스마트폰 시장을 창조했고, 스마트폰이 곧 핀테크를 창조한 점을 감안할 때 핀테크가 창조경제를 견인한다는 표현보다, 핀테크 자체가 창조경제"라고 표현했다.
도입 초기 단순 지급결제에 국한된 핀테크 사업영역은 현재 지급결제, 금융데이터 분석, 은행(기업금융), 플랫폼 분야로까지 확장됐다. 분야별 글로벌 대표 핀테크 기업은 ▲지급결제 부문의 알리페이ㆍ페이팔ㆍ애플페이 ▲데이터분석 부문의 어펌 ▲은행ㆍ기업금융 부문의 알리뱅크ㆍ라쿠텐뱅크ㆍ헬로뱅크 ▲플랫폼 부문의 온덱ㆍ렌클 등이다.
지급결제 부문은 온라인 결제ㆍ송금ㆍ외환 업무 서비스를 의미한다. 데이터분석 부문의 핀테크는 개인ㆍ 기업ㆍ신용 분석이 주된 아이템이다. 은행ㆍ기업금융 부문 핀테크는 온라인 은행업무 서비스를 일컫는다. 플랫폼 부문은 클라우드펀딩, P2P 대출, 거래 플랫폼 등으로 요약된다.
김미애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도 인터넷 전문은행 활성화 등 핀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중국의 알리바바, 미국의 페이팔 등 글로벌 (핀테크) 기업과 경쟁하려면 선진화된 금융서비스와 안정적인 금융기술에 기반한 플랫폼 서비스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핀테크 강국으로 꼽히는 미국, 영국은 각각 실리콘 밸리의 진보된 기술력, 글로벌 금융허브로서의 강점을 살려 글로벌 핀테크 산업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기관 액센츄어에 따르면 전 세계 핀테크 관련 450여개 기업 중 80%인 374개가 미국에 집중돼 있고, 투자금 중 80% 수준인 23억달러가 미국에 투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들의 혁신적인 IT 서비스 제공ㆍ흥행이 성장 동력이다. 이중 페이팔, 애플페이 등 결제 관련 핀테크 기술들이 큰 각광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의 경우 핀테크 투자 규모는 미국보다 작지만 성장세가 가파르다. 영국 내 핀테크를 통한 거래 규모는 2008년 이후 매년 평균 70% 수준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핀테크 투자 규모 또한 2008년 이후 5년 간 총 7억8100만달러로 60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김미애 선임연구원은 핀테크 산업의 일자리 창출 효과와 관련 "영국의 핀테크 허브 런던 테크시티에서 2013년 핀테크 산업과 관련된 투자가 2억6000만달러에 육박하고 기업체는 8만8000개를 넘어섰다"며 "런던에서 증가한 일자리 중 27%가 테크시티에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황성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민간분야에서의 활발한 기술 발전과 흥행에 기반한다면, 영국은 정부주도형"이라며 "영국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 산업이 큰 타격을 입자 핀테크 분야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가 법 개정을 통해 은행의 모바일 시장 진입을 허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존의 금융 시스템으로는 핀테크 시대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핀테크 산업은 이미 활성화 단계를 넘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글로벌 핀테크 스타트업의 투자금액은 2008년 9억달러에서 2013년 29억달러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장은 최"미국, 영국, 미국 등의 핀테크 산업은 초기 단계를 지나 성장기에 접어든 반면, 한국은 아직 태어나지도 못한 실정"이라며 "부실한 스타트업 환경, 금융기관의 관치금융, 정부기관의 규제 철폐 및 핀테크 육성책에 대한 신뢰 문제 등을 서둘러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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