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는 위기기업 생존의 필사카드, 창업 정신 계승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국내 주요 기업들의 창업주들은 전쟁 직후라는 불리한 경영환경을 딛고 기업을 일으켜 사업보국 하겠다는 일념으로 도전과 혁신의 DNA를 이어갔다. 뒤를 이어 받은 2ㆍ3세들은 여기에 국제적인 감각을 더해 M&A로 한계 돌파에 나서고 있다.
과거 국내 대기업들이 신규사업 진출을 위해 새로 계열사를 만들어 문어발식 경영을 확대해 나가던 것과 비교된다.
한계 돌파의 요인을 내부에서 찾기 보다는 M&A를 통해 외부에서 수혈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1위가 아니면 결국 도태된다는 오너 2ㆍ3세 특유의 위기감도 한몫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계에 봉착한 기업들이 그 이유를 외부적 요인이 아닌 내부에서 찾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M&A를 비롯한 외부 수혈을 적극 검토하는 것은 상당히 바람직한 상황"이라며 "문어발식 경영을 지양하고 세계 1위를 목표로 끊임없이 도전과 혁신을 추구하는 모습은 창업주 DNA를 이어받아 이를 재해석해 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M&A 통해 기술 초격차 나서=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기업의 외형을 불리거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M&A를 활용했다. 그러나 이재용 시대의 M&A는 실질적인 사업영역 확대 및 경쟁력 확보를 위한 목적으로 달라졌다.
과거 내부 인재 양성 및 연구개발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메우던 방식도 바뀌었다. 급변하는 시장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과감한 M&A를 통한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비핵심 사업 영역들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전자, 바이오, 금융 등 핵심 사업 역량을 배가시키기 위해 관련 기업 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방산, 화학 업종을 한화로 매각하고 삼성전자가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모바일, 사물인터넷(IoT) 관련 기술을 가진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최근 인수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 업체 루프페이, 지난해 인수한 스마트싱스, 지난 2012년 인수한 클라우드 음악 서비스 업체 엠스팟은 등은 삼성의 미래성장동력에 디딤돌이 될 수 있는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측은 이들을 중심으로 관련 서비스와 조직들을 집결시키고 있다.
◆김승연, 방산ㆍ화학 등 60년 이어 온 한화 성장동력 강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로 과감한 M&A를 단행하며 그룹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지난해 단행한 삼성그룹의 방산ㆍ화학 계열사 4개사 전격 인수는 김 회장이 추진해 온 한화그룹 M&A의 백미로 꼽힌다.
김 회장은 M&A를 통해 회사를 키우는 정공법 경영으로 유명하다. 다만 취임 초기 기존 사업분야와 무관한 곳에도 뛰어들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핵심사업 강화를 위한 M&A에 주력하고 있다.
큐셀(현 한화큐셀)인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는 와중에도 태양광 사업 확대를 위해 한때 글로벌 시장 1위였던 큐셀 인수를 추진했다. 큐셀은 인수 당시 적자가 4600억원에 공장가동률은 30%에도 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한화그룹에 편입된 이듬해 바로 흑자를 내는 알짜기업으로 변했다. 한화는 앞서 2010년 인수한 솔라펀파워홀딩스(현 한화솔라원)와 함께 글로벌 태양광업계 3위수준까지 도약했다.
삼성그룹의 4개사 인수가 끝나면 한화는 방산과 석유화학 부문에서 명실공히 국내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사업 영역 또한 크게 확대된다. 방산 부문에선 차세대 첨단 무기 사업으로, 화학에선 세계 9위 수준의 에틸렌 생산 규모를 갖추며 글로벌 기업과의 본격적인 경쟁을 위한 체력을 갖추게 된다.
◆신동빈, M&A 통해 유통 시장 지배력 확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M&A에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그룹은 면세점 시장 세계 6위 기업인 '월드듀티프리(WDF)' 인수에 나섰다. 인수 규모만 4조원대에 달한다. 인수에 성공할 경우 롯데는 세계 면세점 업계 2위로 단숨에 도약하게 된다.
지난 18일에는 과감한 베팅을 통해 렌터카 업체 KT렌탈 인수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모두 롯데그룹이 갖고 있는 유통, 금융, 관광서비스 등의 핵심 사업영역과 관련된 회사들이다. M&A를 통해 기존 사업 영역의 경쟁력을 늘리고 단순히 국내 시장이 아닌 해외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자들과 한판 승부를 벌여보겠다는 신 회장의 복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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