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폭락하는데 북한 내 기름값은 어떨까?

[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국제유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외부 경제와 단절돼 있고 중국에서 유류를 주로 공급받는 북한 내 유가는 어떨까? 한마디로 거의 내리지 않았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일(현지시간) 세계적으로 기름 값이 폭락하면서 산유국과 수입국 사이에는 큰 희비가 교차하고 있지만 폐쇄된 북한에서는 유가하락이 아주 미세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하반기에 배럴당 100달러를 기록했던 국제유가가 현재 50달러 아래로 뚝 떨어졌지만, 북한에서는 기름 값 차이가 별로 없다.

남포시의 한 무역업자는 "외국에서 기름 값이 내려가고 있지만, 조국(북한)에선 별반 차이가 없다"면서 "지난해 말에는 기름 값이 조금 오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말에 신의주에서 휘발유 1kg은 인민폐 10위안(1.6달러)이었는데 새해 들어와 8위안 50전(1.35달러)으로 약 15% 떨어졌다고 북한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에서는 기름의 용량을 미국이나 한국처럼 리터를 사용하지 않고 킬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는데, 만약 리터로 계산하면 (1리터당)약 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미국의 웬만한 정유소에서 휘발유 1갤런은 2달러 수준. 즉 3.78리터에 2달러를 해 미국인들이 크게 환호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9월 가격보다 절반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국제유가 영향을 크게 받았지만, 폐쇄된 북한에선 오히려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거나 아주 미세하다는 것이다.

RFA는 북한이 국제유가의 영향을 덜 받는 것과 관련해 북한 소식통들은 폐쇄된 경제시스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남포시 무역업자는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에서 기름을 조금씩 받고 있는 데 군수용으로 대부분 전용되기 때문에 유가변동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무산광산과 혜산 동광산 등이 중국에 광물을 넘기고 기름을 들여오고 있는데, 유가 하락에 따라 원자재 가격도 동반 널뛰기하기 때문에 원유수입량에는 별 차이가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아울러 전력부족으로 '서비차'와 '벌이버스' 등의 운행이 많아지면서 기름수요가 늘어 기름값이 변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서비차란 여행이나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돈을 받고 운행하는 화물 차를 말한다.

함경북도 청진과 함흥을 오가며 도매업에 종사하는 한다는 북한 유통업자는 RFA에 "최근 전기가 오지 않아 휘발유와 디젤유 수요가 급증했다"면서 "전력부족으로 전국의 전기 기관차가 운행을 하지 못하자 이들 차량이 운행되기 시작하면서 기름 수요가 올랐다"고 주장했다.

이 무역업자는 "평양시에도 궤도전차와 무궤도 전차가 섰기 때문에 벌이버스가 버젓이 운행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기름 장사꾼들이 가격을 낮추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