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조 부채시대, '연 2%대 고정금리·분할상환' 새 대책
금융위, 주담대 총량은 늘리지않고 시스템만 질적으로 개선
소득 5000만원 직장인 2억 대출땐 6000만원 이자절감 효과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등 혜택있지만 당장의 체감 부담은 늘어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정부가 오는 3월 내놓기로 한 '갈아타기용' 주택담보대출 상품은 위험 수위에 다다른 가계대출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000조원을 훌쩍 넘겨버린 가계부채는 이미 우리경제의 '뇌관'이다. 문제는 증가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30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11월 한 달 간 6조9000억원이나 급증했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어섰다. 정부의 부동산 관련 대출규제 완화와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대출금리 하락 효과가 맞물린 영향이다.
금융위원회가 기존 대출 고객이 갈아탈 수 있는 '연 2%대 고정금리ㆍ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기로 한 것은 '변동금리ㆍ일시상환' 중심인 현재의 가계대출 구조를 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다. 이자만 갚으면서 빚 갚는 것은 유보하는 구조가 우리 경제를 뒤흔드는 일이 없도록 위험을 사전에 분산해 놓자는 취지다.
금융위는 그동안 가계부채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고정금리와 변동금리가 섞인 '혼합형 상품' 등 여러가지 대책을 내놨지만 고정금리와 비거치식분할상환 대출 비중은 여전히 20% 수준을 맴돌고 있다. 대부분의 대책이 신규 수요에게만 적용돼 기존 '변동금리ㆍ일시상환' 대출 구조를 바꾸는데는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이 기존 대출자들의 '갈아타기용'으로 제한한 것도 이런 점을 반영한 것이다. 주담대 총량은 늘리지 않으면서 대출구조를 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다. 금융위는 우선 20조원 규모의 단기ㆍ변동금리ㆍ일시상환 대출을 장기ㆍ고정금리ㆍ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하기로 했다.
'갈아타기용' 상품은 전액 분할상환과 부분 분할상환, 두가지 방식으로 출시된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전액을 분할 상환하는 것이 부담된다는 지적이 있어 원금 30% 정도는 만기 후 일시 상환하는 구조를 고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부적인 내용은 금융위, 주택금융공사, 은행들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논의하고 있다.
다만, 기존 대출자들이 갈아탈 수 있는 유인을 확대하기 위해 중도상환수수료, 고정금리 등에서 혜택을 주겠다는 계획이다. 대출 전환 시 최대 300만원까지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된다. 고정금리는 역시 2.8∼2.9%로 설정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 관계자는 "고정금리 설정 기준인 국고채금리가 최근 많이 떨어진데다 신규대출 금리에 적용되는 저당권 설정비용, 모집인 수수료 비용 등을 빼서 금리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기존에 대출을 받은 사람 입장에선 고정금리ㆍ분할상환식 대출로 전환할 경우 전체 이자 부담이 절반가량 줄어드는 혜택을 볼 수 있다. 이자소득공제도 받을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소득이 5000만원인 직장인이 4억원짜리 주택을 구입하면서 5년 만기, 연 3.5%의 변동금리, 일시상환 조건으로 2억원을 대출했다고 가정하자. 이 직장인이 대출만기 도래시마다 만기를 연장해 20년간 대출을 보유한다면 매월 58만원, 20년 간 총 1억4000만원의 이자를 상환해야 한다. 금리상승 시에는 추가부담이 있고 이자소득 공제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기존 대출을 '20년 만기, 2.8% 고정금리, 전액 분할상환' 적격대출로 전환한다면 매월 약 109만원의 원리금을 상환하게 되지만 총 이자는 6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장기 주담대 이자소득공제도 가능해 대출기간 동안 총 1000만원 상당의 공제혜택을 누릴 수 있다. 기존 대출을 '20년 만기, 2.9% 고정금리, 70% 부분 분할상환' 적격대출로 전환하면 약 91만원의 원리금을 상환하지만 20년 간 총 이자는 8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총 1300만원 상당의 공제도 가능하다.
'갈아타기용' 대출은 담보가치가 9억원 이하인 주택을 담보로 신청할 수 있으며 기존 대출 규모 하에서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증액대출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거치기간은 따로 두지 않고 처음부터 원금과 이자를 같이 갚아나가야 한다. 전체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당장 체감하는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또 이 상품에 가입한 후 중도상환 시에는 수수료가 기존대로 부과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좋은 상품이라는 얘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대출 전환자가 느끼는 당장의 부담은 더 커지는게 맞다"며 "다만 만기 후 일시상환을 하는 구조는 부담을 계속 미루는 것밖에 안 돼 나중에 더 힘들어 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와 대출한도 등 구체적인 사항은 금융당국과 은행, 주택금융공사로 구성된 태스크포스에서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