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호 등 경기 중 다치고도 계속 뛰어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참가한 축구대표팀은 대회 개막 일주일 만에 주축 선수 두 명을 잃었다. 이청용(27·볼턴) 선수는 오른쪽 정강이뼈에 금이 갔고 구자철(26·마인츠) 선수는 오른쪽 팔꿈치 인대가 파열됐다.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8강까지 가는 동안 크고 작은 부상자를 관리하느라 줄곧 애를 먹었다. 손흥민(23·레버쿠젠),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 선수 등 감기 몸살 환자까지 나왔다. 이렇다 보니 오만(10일·1-0 승), 쿠웨이트(13일·1-0 승), 호주(17일·1-0 승) 등 조별리그 세 경기를 하면서 매 경기 선발 멤버가 예닐곱 명씩 바뀌었다. '선수단 관리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올 만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61·독일)은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팀을 꾸려간다. 그는 출전 선수가 자주 바뀐다는 지적에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선수들을 기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냐"고 반문했다. 사실 낯선 환경에서 3~4일 간격으로 경기하는 선수권대회를 부상자 없이 마치기는 어렵다. 이동이 잦고 긴장이 심하다 보니 선수들은 빠르게 지쳐간다. 2014 브라질월드컵 우승팀 독일도 프랑스와의 8강전을 앞두고 선수 일곱 명이 감기를 앓았다. 그러나 독일은 어려움을 이겨냈다. 그런 팀이 우승한다. 우리 대표팀도 그래야 한다.
다만 경기 도중 발생하는 부상자 관리는 다소 아쉽다. 오만과의 경기에서 다친 이청용 선수는 상대 수비수의 태클에 걸려 넘어진 뒤 응급치료를 받고 5분 가까이 더 뛰다 통증을 이기지 못해 물러났다. 호주와의 경기에서 상대 선수의 팔꿈치에 맞아 큰 충격을 받고 쓰러진 박주호(28·마인츠) 선수도 10분 이상 더 뛰다 교체됐다. 코칭스태프의 빠른 결단이 필요했던 장면이었다.
아시안컵이 끝나도 선수들과 대표팀의 축구는 계속된다. 투지와 정신력은 온전한 몸 상태에서 출발해야 한다. 부상 투혼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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