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 재활용 실패에도 '흥분한' 엘론 머스크 CEO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완전 해체됐다. 배는 조그마한 상처를 입었다. 아주 흥미로운 날이었다(Full RUD-rapid unscheduled disassembly-event. Ship is fine minor repairs. Exciting day!)"
뭔가 대단한 성과를 거둔 뒤에 말하는 내용 같다. 그렇지 않다. 안전하게 착륙해야 할 로켓이 공중분해돼 폭발했던 순간을 두고 하는 말이다. 미국 민간우주개발업체인 스페이스X(SpaceX)의 엘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트윗 내용이다.
스페이스X의 우주화물선인 드래건(Dragon)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오전 4시47분 팔콘9(Falcon 9) 로켓에 실려 미국 플로리다 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발사됐다. 드래건은 성공적으로 우주로 나갔다. 이후 12일에 국제우주정거장에 무사히 도착했다.
드래건의 성공적 발사와 함께 이번 발사에서 관심이 집중됐던 부분이 있었다. 이번 드래건 발사에 이용됐던 팔콘9 로켓은 드래건을 우주로 보낸 뒤 대서양의 미리 준비된 배에 연착륙(Soft Landing)하기로 돼 있었다. 스페이스X가 로켓을 재활용하겠다는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유인우주선이든, 우주화물선이든, 인공위성이든 모든 탑재체는 발사체의 도움으로 우주로 나간다. 발사체가 아주 중요한 이유이다. 우리나라가 나로호 발사 당시 1단 발사체를 두고 러시아 기술팀과 10년 동안 기술협력을 이룬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발사체는 기술 집약 산업이다. 약 13만개의 부품이 들어 있다. 그동안 1단 발사체는 탑재체를 안전하게 우주로 보낸 뒤 임무를 완료했다. 재활용이 불가능했다.
스페이스X가 로켓을 재활용하기로 도전장을 내민 것은 막대한 비용 때문이다. 로켓을 재활용하면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불행히도 이 같은 1차 도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머스크 CEO는 그럼에도 실망하지 않았다. 그는 "적어도 정확한 지점에는 내려앉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머스크가 트위트를 통해 관련 사진을 공개한 것을 보면 당시 팔콘9는 45도 비스듬히 눕혀진 채 배와 부딪혔다.
사진을 보면 팔콘9 로켓이 폭발하기 전에 45도 기울어져 내려앉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폭발 직전의 사진에는 안전하게 착륙하기 위한 조정 가능한 핀이 로켓 상단에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번 실패의 원인은 핀을 조정하는 유압유에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엘론 머스크는 착륙하기 전 유압유가 바닥나 버렸고 이 때문에 로켓이 조정 기능을 상실했다고 설명했다. 스페이스X는 다음 시도 때 더 많은 유압유를 충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팔콘9 로켓을 재활용하겠다는 시도는 일단 실패로 끝났다. 로켓이 상당히 빠르게 내려앉았고 착륙 장치를 파괴해 버렸기 때문이다. 배와 부딪히면서 남아 있던 연료에 불이 붙어 폭발했다. 폭발은 크지 않았다. 로켓이 드래건을 쏘아 올리면서 저장돼 있던 연료를 대부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엘론 머스크 CEO는 "완전 해체의 이벤트였다. 배는 작은 상처를 입었다. 흥미로운 날이었다"고 회고했다. 로켓을 재활용하겠다는 2차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 지 눈길을 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