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만 죽이는 항암물질 개발됐다

기존 방사선 6분의1로 치료, 부작용 최소화

▲특정 표현형 유도 후 선택적으로 활성화되는 항암제를 사용하는 암 치료 시스템의 개념도.[사진제공=KIST]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암세포에만 작용하는 신개념 항암물질이 개발됐다. 기존 방사선량의 6분의 1로 치료가 가능하고 단백질과 항암제를 결합한 물질을 제조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암세포는 살아있는 생물처럼 주변 환경에 적응해 다양하고 복잡하게 진화한다. 이런 이유로 암세포는 약물과 방사선 치료에 내성이 생겨 더욱 독성이 높은 치료가 요구되는 등 악순환이 이어진다. 국내 연구팀이 기존의 독성이 큰 항암제와 단백질을 합성해 암세포에만 작용하는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했다.

개발된 치료제는 소량의 방사선 치료만으로 암조직에서만 활성화되고 지속적으로 약물효과를 발휘해 부작용이 컸던 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권익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이병권) 의공학연구소장과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김상윤 교수 공동 연구팀은 '기존 방사선 치료의 6분의 1 수준으로 암세포사멸을 유도하고 연구팀이 제작한 신개념 항암물질을 주사해 부작용을 최소화한 항암치료법'을 개발했다고 15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암세포 내에 특정 표현형을 유도하고 약물이 유도된 특정 표현형을 선택적으로 표적화한다면 암의 복잡한 다양성을 극복할 수 있음을 알아냈다. 특정 표현형에 의해 선택적으로 활성화되는 항암제를 사용하는 암치료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효과는 큰데 독성이 큰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치료제 구조를 변형한 펩타이드 기반의 새로운 약물을 개발했다. 개발된 약물은 펩타이드 기반의 약물로 단백질과 암세포를 공격하는 약물로 구성돼 외부의 자극이 없을 때는 활성화되지 않아 인체에 무해하다. 개발된 약물은 세포가 특정 표현형으로 유도돼 사멸되면서 분비되는 효소(caspase-3)와 만나면 암세포를 공격하는 약물이 분리된다. 이렇게 분리된 약물은 암세포를 집중적으로 괴사시켜 항암치료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약물을 활성화하기 위해 필수적 효소분비를 위해 연구팀은 부작용이 적은 약한 강도의 방사선을 이용했다. 그 결과 기존 암 치료의 6분의 1의 소량의 방사선만으로 세포가 사멸돼 효소분비를 유도할 수 있었고 이 효소를 통해 약물이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에 개발된 물질의 더욱 큰 장점은 이렇게 활성화된 약물이 암세포를 사멸시키고 이 과정에서 효소가 다시 분비되어 추가 방사선 치료 없이도 약물의 효과가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권익찬 박사와 김상윤 교수는 "개발한 기술은 항암제의 효과가 암세포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기존의 항암제가 가지고 있던 부작용을 현저히 낮춘 항암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의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및 KIST 의공학연구소 플래그쉽 연구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의학 분야의 국제 저명 학술지인 미국 국립암연구소저널 (Journal of National Cancer Institute)에 12월12일(금)자 온라인판(논문명: Induced Phenotype Targeted Therapy: Radiation-Induced Apoptosis Targeted Chemotherapy)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