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
대통령부터 정부관료들이 주한외국기업, 해외투자자를 만날 때마다 외치는 '클리세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는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기획재정부는 매년 국제경영개발원(IMD)과 세계경제포럼(WEF), 세계은행 등 3대 기관의 국가경쟁력 또는 기업환경평가 지표와 순위를 관리한다. 지난해 각종 발표를 보면 보여진 성과 외에 숨은 문제도 함께 드러났다. 역대 최고인 세계 5위를 차지한 세계은행의 부문별 순위를 보면 전기공급분야가 99.2점으로 189개국 가운데 1위였다.
창업(17위), 건축인허가(12위), 소액투자자보호(21위), 재산권등록(79위), 자금조달(36위), 세금납부(25위) 등과 비교하면 전기공급 1위가 5위를 이끈 원동력인 된 것이다. 전력사업자인 한국전력조차 보도자료를 내어 "한국의 전기공급제도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입증하였으며, 한국의 기업환경평가 종합순위를 2013년 7위에서 2014년 5위로 상승시키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고 자평했다.
세계은행을 제외하면 다른 기관에서는 30위권에 그쳤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서는 32위를 기록했다. 혁신(17위), 관료주의(17위), 투자자보호(21위), 세금부담(24위), 기술(25위)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 순위에 오른 반면에 금융자유도(32위), 부패(39위), 개인자유(43위), 시장창출(64위), 무역자유도(104위) 등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의 경제분석기관인 EIU가 2015년부터 5년간의 기업환경 경쟁력 전망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82개국 가운데 28위였다. 싱가포르가 7년 연속 1위를 지켰고 스위스, 호주, 홍콩, 스웨덴, 캐나다, 미국, 뉴질랜드, 핀란드 등이 상위권이었다.
국내에는 보도되지 않은 미국 보수성향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이 발표한 2014년 경제자유지수에서 홍콩이 90.1점로 1위에 올랐고 싱가포르, 호주, 스위스, 뉴질랜드, 캐나다, 칠레, 모리셔스, 아일랜드, 덴마크 등이 모두 80점을 넘어 2~10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총점 72.1점으로 31위를 기록했다. 이는 세계 평균(60.3점)과 아시아 지역 평균(58.5점)보다는 높지만 80점 이상 자유경제 평균(84.1점)보다 낮았다. 부문별 점수를 보면 비즈니스자유(92.8점), 금융자유(80점), 통화자유(79.6점), 정부지출ㆍ회계자유(각 72.6점) 등이 평균 이상을 받은 데 반해 부패자유(54점), 노동자유(47.8점) 등은 점수가 크게 낮았다.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는 전기공급을 빼면 금융, 통화, 노동, 반부패 등에서는 아직도 세계 수준과 거리가 있고 숨은 규제, 보이지 않는 규제도 많다. 진정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정부가 올해 규제개혁과 4대부문(공공ㆍ금융ㆍ노동ㆍ교육) 구조개혁의 고삐를 죄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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