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장준우 기자]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 금지에 관한 법)'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면서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부정부패를 막아 공직사회가 크게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민간영역을 지나치게 침범해 위헌소지도 있다는 견해가 제기된다. 상임위 최종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일부 조항의 위헌 여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여 최종 통과까지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민간영역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주장은 법 적용 범위가 당초 대상에서 크게 확대됐다는 데서 비롯됐다. 정부안에는 국회, 법원, 정부와 정부 출자 공공기관, 공공유관단체, 국공립학교 임직원으로 국한됐지만 여야는 사립학교와 유치원 교사, 사립대 부설병원 종사자, 언론인까지 확대했다.
형평성과 공직자에 버금가는 윤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포함된 것인데, 대상을 늘리다 보니 정부안에서 166만여명이었던 법적용 대상이 200만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사 종사자를 각각 20만명과 9만명 정도로 추산했다. 가족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2000만명이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 셈이다. 공직자의 부정을 막기 위한 게 당초 취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확대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 법사위원인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가족이 돈을 받아 공직자 자신이 처벌받고 언론사와 사립학교 교직원까지 포함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과잉입법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부정청탁 금지와 함께 김영란법의 양대 축인 금품수수 금지 규정도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본인의 금품수수 규모가 1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직무와 상관없이 형사처벌하고 그 이하일 경우에는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이 조사에 착수할 때 자의적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권익위는 사회상규에 따라 금품수수를 허용하도록 법에 명시했는데, 사회상규에 대한 판단이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사회 통념상 인정될 수 있는 부분까지 처벌 대상에 넣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수사기관이 사회상규를 적용할 때는 비교적 폭넓게 인정하는 만큼 크게 문제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익위는 다만 법 시행 이후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원활한 직무수행과 사교, 부조 등의 목적으로 음식물, 경조사비, 선물 등을 허용하는 예외규정을 대통령령으로 두기로 했다.
관심은 국회 법사위로 쏠린다. 그 전에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통과돼야 하지만 소위에서 넘긴 만큼 정무위 의결은 크게 문제될 게 없다. 법사위에서는 위헌 여부를 놓고 이견이 분분할 전망이다.
여당 간사인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당내에서 과잉입법,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만큼 꼼꼼히 따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야당 간사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구체적인 내용을 살필 것"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다만 국민적인 관심사인 데다 야당 소속인 이상민 법사위원장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통과시키겠다고 밝힌 만큼 여당 역시 크게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장준우 기자 sowha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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