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하고서도 여전히 '수습직원 아니다' 입장 고수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능력이 없다'며 저희를 버리곤, 다시 돌아오라고요? 동기들이 다들 '안 돌아간다'고 손사래를 쳐요. 저도 그렇고요."
구직자들에 대한 '갑(甲)질 논란'으로 구설에 오른 소셜커머스 위메프(대표 박은상)가 8일 부랴부랴 불합격시켰던 구직자들을 11명 전원 합격시켰지만, 많은 구직자들이 이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메프 관계자는 이날 "전원 합격사실을 통보했고, 몇몇 구직자들은 긍정적인 답변을 보내왔다"며 "출근을 원하는 날짜만 통보하면 바로 출근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적지 않은 구직자들은 위메프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돌아가지 않을 뜻을 밝혔다. 11명의 구직자 중 1명인 A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부를 제외하면 동기들은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견이 대세"라며 "위메프가 밝힌 전원 합격사실 역시 뉴스를 보고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이들이 위메프로 돌아가려 하지 않는 이유는 '이용만 당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A씨는 "2주간의 현장실습 기간 동안 내 명함도 받지 못하고, 선배(직원)와 팀장의 명함을 돌려가며 딜을 3개나 성사시켰는데 인센티브는 모두 선배와 팀장 몫으로 돌아갔다"며 "미용·뷰티 관련이나 이미 다른 직원이 접촉했던 가게에는 영업을 하지 못하게 막아놓기도 했다"고 말했다.
11명의 직원 중 8명의 고용을 보장하는 등 '희망고문'이 더욱 그들을 힘들게 했다. A씨는 "이 중 8명은 합격시켜주겠다고 말했지만, 정작 전원이 떨어졌다는 것을 알았을 때 충격을 받았다"며 "한 명은 8건의 딜을 성사시켜 '기존 직원보다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서도 탈락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위메프는 지난해 12월 신입 지역영업 기획자(MD) 11명을 채용, 2주간 실무능력을 평가하는 필드 테스트를 실시했지만 정작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전원을 해고 통보했다. 7일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이 알려졌지만 '잘못이 없다'는 반응으로 일관하다 하루 만에 높아진 비난여론에 굴복해 결정을 번복했다.
한편 위메프는 이날 사과문을 올린 후에도 "11명의 구직자는 수습사원 신분이 아니라 3차 채용과정에서 탈락된 것"이라며 잘못한 것이 없다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위메프 관계자는 "1차·2차 전형 과정에서 현장실습 관련 내용을 충분히 설명했다"며 "구직자들 모두 수습사원 신분이 아닌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에게 확인한 결과 "인턴 신분으로 2주간 현장실습을 진행한 후 정직원으로 채용시켜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사과문에서도 이중적 태도를 보여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위메프는 사과문에서 "저희가 달을 가리켰지만 많은 사람들이 손을 본다면 그것은 저희가 말을 잘못 전한 게 맞다"고 밝혔다. '견지망월(見指忘月·달을 보라고 했더니 손가락만 본다)'의 고사를 인용한 것. 하지만 이는 겉으로 보이는 사과의 뜻과는 달리 사과를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큰 뜻을 알지 못하는 바보'라는 뜻이 내포돼 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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