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최신폰에서 구형폰으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100일째에 돌아본 이동통신 보조금시장은 '구형폰 전성시대'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이통사들의 보조금이 상한선(30만원)을 적용받지 않는 구형 단말기 위주로 쏠리면서 출시 15개월이 지난 제품들이 뜨고 있는 것. 하지만 출고가 인하는 없이 요금제 수준에 따른 보조금만 상승하면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구입비는 여전히 높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최신형 스마트폰보다는 구형 모델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최신 스마트폰에 구매 시 체감 비용이 올라가면서 더 저렴한 제품을 찾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이통사들도 보조금 상한액 적용을 받지 않는 구형 모델 위주로 보조금을 늘리고 있다. SK텔레콤은 갤럭시노트3(출고가 88만원)에 최대 72만5000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LTE100 요금제 기준). 갤럭시S4는 50만원, 갤럭시골든은 40만원으로 각각 높였다.
KT도 갤럭시노트3에 출고가 만큼의 보조금(순완전무한 99요금제 기준)을 지급해 사실상 기기 값을 '공짜' 수준으로 내렸다. LG유플러스도 지난달 24일 최대 요금기준 공시지원금을 65만원으로 올린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이통사들의 보조금 인상이 꼼수에 가깝다는 시각도 제기하고 있다. 가입자 입장에서 저렴한 가격에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부분 고가의 요금제에 가입하는 것을 전제로 삼기 때문에 실질적인 가격인하 체감도는 낮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많은 보조금을 받기 위해 15개월 이상 된 구형 단말기를 10만원에 달하는 고가요금제로 가입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전에는 최신 단말기를 사기 위해 고가 요금제를 써야 했지만 이제는 같은 요금제를 써도 구형 단말기를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출고가 인하 대신 지원금만 수직 상승하면서 소비자들의 위약금 부담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이통사들은 약정 기간을 채우지 않고 중도 해지하는 소비자들이 내야 하는 위약금을 높였다. 지금까지는 단말기를 구매한 시점부터 매달 조금씩 줄어들던 위약금이 앞으로는 가입 후 6개월간 그대로 유지된다. 이 기간에 해지하면 개통하면서 받은 단말기 지원금을 100% 반환해야 한다.
6개월이 지난 후부터는 위약금이 18개월 동안 나눠 단계적으로 사라지지만 기존 24개월 동안 나뉘던 금액이 더 적은 기간에 걸쳐 줄어드는 만큼 사실상 소비자들의 위약금 부담은 더 늘어난다. 정부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위약금 상한제 신설을 검토 중이나, 이 제도를 악용한 폰테크 성행 등 부작용 우려도 만만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계약이나 가입을 조기 취소했을 때 페널티(벌칙)가 많이 부과되는 것이 기본"이라며 "이는 집토끼 지키기에 주력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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