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드리븐 헤지펀드 수익률 1.5% 불과
M&A시장 뜨거웠지만 좌절된 M&A도 급증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올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이벤트 드리븐(event driven)' 전략을 구사하는 헤지펀드들이 별 재미를 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벤트 드리븐은 실적 발표, 자사주 매입 등에서부터 M&A 등 기업 자산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벤트에서 기회를 포착,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을 뜻한다.
헤지펀드 시장조사업체 헤지펀드리서치(HFR)에 따르면 올해 이벤트 드리븐 헤지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1.5%에 불과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S&P500 지수의 올해 수익률 14%는 물론 전체 헤지펀드 평균 수익률 3.5%에도 미치지 못 하는 성적이다.
올해 M&A 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 29일까지 올해 성사된 M&A 규모는 3조4000억달러 수준으로 지난해에 비해 29% 증가했다. 2007년 이후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통상 M&A설이 나오면 해당 기업의 주가는 오르고 이벤트 드리븐 펀드들이 손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올해 헤지펀드들이 고생한 것은 M&A가 최종적으로 완료되지 못 하고 설에 그치면서 낭패를 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이례적으로 실패한 M&A도 많았는데 거부되거나 좌절된 M&A 규모도 무려 5710억달러에 이른다. 지난해에 두 배나 증가한 것이다.
M&A 좌절 사례가 급증한 것은 당국이 M&A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피인수 기업이 적대적 M&A에 적극적으로 대처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당국의 규제와 관련해서는 기업들이 세금을 줄이기 위해 해외 기업을 인수한 후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는 이른바 '인버전(inversion)'을 규제하겠다고 밝힌 미국 정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영국 생명공학업체 샤이어는 지난 10월 미국 제약업체 애브비와의 합병 논의를 중단했다. 당시 양 사는 미국 정부의 인버전 규제 강화가 부담이 됐다고 밝혔다. 21세기 폭스사의 타임워너 인수 시도와 스프린트 넥스텔의 T모바일 인수도 성사되지 못 했다.
헤지펀드 폴슨앤코가 운용하는 이벤트 드리븐 전략 펀드는 샤이어와 T모바일 M&A에 베팅했다가 올해 16% 이상 손실을 기록했다. 샤이어의 대주주인 메이슨 캐피털 매니지먼트도 10월에만 7% 이상 손실을 기록했다.
수익 부진에도 불구하고 헤지펀드 시장에 자금은 계속 유입되고 있다. HFR에 따르면 4분기 들어 11월 말까지 이벤트 드리븐 헤지펀드에 약 32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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