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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벌써 ‘세월호’를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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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희생자 합동영결식 후 분향소 철거··· 유족이 요구한 연안부두 내 추모비 건립도 흐지부지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304명의 희생자(9명 실종)를 낸 ‘세월호 참사’의 출발지였던 인천항. 그러나 그 어느 곳보다 세월호를 기억해야 할 비극의 현장인 인천항에서는 정작 세월호를 떠올릴 수가 없게 됐다.


지난 27일 일반인 희생자 합동영결식이 끝난 후 인천시청 앞에 있던 분향소가 철거되면서 인천에는 이제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이 아예 없다. 정부와 인천시는 유족들의 의견을 수용해 철거했다지만 일각에서는 세월호 출발지인 인천에서 분향소가 문을 닫고 별도의 추모공간도 없는 것은 ‘세월호를 기억하고 싶지 않기 때문’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인천은 세월호 출발지인데다, 환갑 여행을 떠난 인천 용유초등학교 동창생 희생자 등 일반인 희생자가 많아 세월호참사의 한 현장이랄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반인 유족 대책위의 요구가 있었긴 하지만 별도의 추모공간조차 마련하지 않고 분향소 철거부터 한 것은 너무 성급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일반인 유족들 중 일부가 “진상 규명이 안 된 상태에서 영결식부터 치를 수는 없다”며 지난 27일 영결식에 불참하는 등 일반인 유족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시가 일부 유족의 의사를 전체의 의견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천시는 인천가족공원 내 지상2층 규모의 추모공간을 지을 예정이지만 계획대로 되더라도 일러야 내년 7~8월께나 완공될 예정이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잊지않겠다’고 해놓고서 여론수렴 과정없이 분향소만 서둘러 철거한 모양새가 아쉽다”며 “인천시와 정부, 정치권에서 추모공간이나 기념비 건립 등 세월호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후속 작업들을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의 현장인 인천항 주변에 추모비를 세우자는 의견도 나왔었지만 이렇다할 진척이 없는 가운데 정부나 인천시는 관망하는 분위기다.


행자부는 세월호특별법에 추모사업이 포함돼있어 추후 일괄적으로 추진될 사안이라며 현재로서는 검토된 바 없다는 입장이고, 인천시 역시 인천가족공원 내 일반인 희생자 추모비 설립을 검토하고 있을 뿐이다.


인천시의 이 같은 태도는 지난 5월 송영길 전임시장 때 “(유족이 요구한)연안부두 여객터미널 내 추모비 건립을 정부에 적극 건의하되,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거나 예산지원이 부족할 경우 시 자체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과 사뭇 다르다.


또 전라남도가 ‘관할지역에서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만큼 피해자 가족들과 아픔을 계속 함께하겠다’며 도민만남의 광장에 있던 분향소를 청사 내로 옮겨 유지한 것이나 서울광장에서 서울도서관으로 추모공간을 옮겨 시민들의 애도 분위기를 이어가는 서울시와도 비교되고 있다.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유족 대책위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를 잊지않고 국민들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수 있도록 인천항 주변에 추모비가 세워지길 바란다”며 “유족들의 의견을 모아 인천시와 정부에 계속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인천 분향소에는 단원고 학생ㆍ교사를 제외한 일반인 희생자 43명 중 38명의 영정이 안치돼 있었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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