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베네수엘라·아르헨티나 등 위기국으로 손 뻗쳐…달러 견제·위안 국제화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중국이 위안화 지위 격상과 달러 견제를 목표로 경제위기에 빠진 국가들과 잇따라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다.
2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수개월 사이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러시아 등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국가부도를 겪고 있거나 위기에 몰린 국가들로 국제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다.
통화스와프란 두 국가가 약속한 환율에 따라 상대방의 통화를 교환하기로 한 외환거래를 뜻한다. 형식적으로는 통화교환이지만 차입의 성격을 띤다. 어느 한쪽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할 경우 상대국이 외화를 즉각 융통해줘 유동성을 공급받을 수 있다.
중국은 지난 10월 통화스와프 형식으로 아르헨티나에게 23억달러(약 2조5352억원)를 제공해줬다. 미국 헤지펀드들과의 싸움에서 진 아르헨티나가 기술적 디폴트에 빠진 뒤 2개월 만이다. 중국으로부터의 긴급 자금수혈은 13개월만에 최저치로 내려갔던 아르헨티나의 외환보유고를 채우는데 도움이 됐다.
아르헨티나는 이달 들어서 10억달러에 달하는 추가 자금을 중국으로부터 건네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과 아르헨티나는 통화스와프를 통해 3년간 110억달러를 교환할 수 있게 돼 있다.
부도위기가 코앞인 베네수엘라 역시 중국으로부터는 비교적 수월하게 돈을 빌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지난달 외환보유고가 11년래 최저치로 떨어진 직후 중국으로부터 40억달러를 제공받았다. 이로써 베네수엘라의 외환보유액은 210억달러로 늘었다. 이는 2015~2016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외채를 갚을 수 있는 규모다.
중국이 지난 2007년 이후 베네수엘라에 빌려준 돈은 470억달러에 달한다. 중국의 베네수엘라의 최대 채권국이다.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기회가 될 때마다 중국에 원유로 돈을 갚고 있다.
루블 위기를 맞고 있는 러시아도 비슷하다.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지 두 달만인 지난 5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스 공급 협정을 맺었다. 양국은 지난 10월 1500억위안(약 26조 5590억 원)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도 체결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러시아가 요청할 경우 자금을 지원할 의사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가 금융 위기국들에게 적극적으로 돈을 빌려주고 있는 것은 차이나머니를 앞세워 국제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자국 통화로 돈을 빌려줌으로써 위안화 국제화를 촉진한다는 목표도 있다. 이는 특히 전 세계의 돈줄이 된 달러 자금에 대한 도전이다.
중국은 현재 영국, 호주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28개국과 통화스와프를 제결하고 있다. 이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영국 투자기관 로게 글로벌 파트너스의 마이클 간스크 신흥시장 대표는 "중국은 세계 자본시장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싶어한다"면서 "최근 적극적인 통화스와프 체결에는 이런 지정학적·전략적인 목적이 들어있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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