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장 통제…체감 기름값 별 차이 없어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유가가 급락하고 있지만 아시아의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기름 값은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경제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시아 주요국 정부들이 원유시장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는 최근의 유가 하락장이 에너지 보조금을 줄일 수 있는 기회라고 본다. 그 동안 정부가 지급해온 연료 보조금 축소로 국가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정작 소비자들은 저유가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유류 소비세를 지난달에만 두 차례 인상했다. 중국이 유류세를 올린 것은 5년만에 처음이다. 대기오염과 교통정체를 막기 위해서다.
지난 6월 이래 국제 유가는 40% 넘게 폭락했다. 이에 지난 6~11월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26% 하락했다. 그러나 중국·인도의 휘발유 가격은 소폭 내리는 데 그쳤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경우 되레 올랐다.
이는 미국인의 소비심리가 빠르게 회복되는 반면 아시아 내수시장은 좀체 살아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시아 소비자들의 개인지출은 18개월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미국의 지난달 소매판매 증가율은 0.7%로 8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유가와 직결되는 자동차 판매가 1.7% 늘었다. 그러나 지난달 인도와 인도네시아에서 자동차 판매는 오히려 줄었다. 중국의 자동차 판매도 2년만의 최저치로 내려갔다.
정부가 에너지 보조금 축소, 유류세 인상으로 벌어들인 돈을 경기부양에 쓸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중국 등 아시아 주요국들이 금리를 잇따라 내리는 것은 기름 값 인하로 물가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 JP모건은 러시아·브라질만 제외하면 향후 6개월 사이 금리를 올릴 신흥국 중앙은행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 신용평가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폴 그룬왈드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유가 하락으로 절약한 돈을 인프라 투자나 부채 상환에 사용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저널은 아시아 각국 정부가 증가한 세수를 공공지출로 돌리지 않고 쌓아놓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럴 경우 중국의 경기둔화 등 다른 글로벌 악재들과 맞물려 성장에 되레 해가 될 수 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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