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올해 이례적으로 위안화 약세장이 펼쳐지면서 위안화의 움직임이 과거 보다 많이 유연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위안화 가치는 달러 대비 2.3% 하락했다. 인민은행이 고시한 달러ㆍ위안 환율은 달러당 6.1137위안이다. 최근 5년 가운데 올해 처음으로 위안화가 약세로 마침표를 찍을 전망이다. 그동안 위안화는 계속 절상 추세만 고집한 탓에 환율 움직임에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경제 성장 촉진을 위해 금리 인하 같은 통화정책 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고 달러 강세 기조가 이어져 내년에도 위안화 평가절하 기조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UBS의 왕타오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위안화 가치는 천천히 떨어져 내년 말께 환율은 1달러당 6.35위안 정도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도이체자산운용의 로란드 가버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이미 지난달 위안화 강세에 대한 베팅을 줄였다"면서 "달러 강세로 위안화를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 통화가 약세를 나타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올해 2%를 넘어선 위안화 낙폭이 3%대로 확대될 가능성은 적다고 내다보고 있다. 중국이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한데, 큰 폭의 위안화 가치 하락은 중국 자본 이탈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년 말 국제통화기금(IMF)이 달러·유로·엔·파운드 등 4개 통화로 구성된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에 위안화를 포함시켜 국제통화로서의 지위를 공식적으로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정부는 이런 시점에 위안화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질 경우 투자자, 기업인들이 위안화의 매력을 못 느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통화정책을 추가로 완화하면 내년 위안화 가치는 더 떨어질 수 있다"면서 "다만 전반적으로 환율은 안정적으로 움직일 것이고 움직임의 유연성도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위안화 유연성 확대를 위해 지난 3월 위안화 환율 변동 폭을 기존 1%에서 2%로 확대한데 이어 내년 추가 확대에 나설 수 있다는 목소리도 크다. 국제통화기금(IMF) 중국 담당 국장을 역임했던 에스와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환율 움직임이 양방향으로 균형을 찾고 있다고 판단할 경우 중국이 위안화 환율 변동 폭을 추가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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