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7시 샌디에이고와 협상 최종 결렬, 다년계약 놓고 입장 못 좁혀…"SK서 최선 다하며 MLB 다시 도전할 것"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김광현(26ㆍSK)은 메이저리그에 가지 않는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의 협상 마감시한인 12일 오전 7시(한국시간)까지 계약하지 못했다. SK 구단은 오전 7시 32분 보도자료를 통해 김광현의 국내 잔류 결정 소식을 전했다. 이로써 지난달 1일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 신청으로 시작된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 노력은 막을 내렸다.
◆ 돈과 계약기간 = 김광현은 줄곧 '보직'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선발이든 구원이든 가리지 않겠다고 했다. 쟁점은 계약금과 연봉 등, 그리고 계약기간이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광현이 '몸값'보다는 '꿈을 위한 도전'에 초점을 뒀지만 협상 과정에서 금액을 둘러싼 승강이는 불가피했을 것이다.
김광현의 에이전트(MDR매니지먼트 멜빈 로만)는 포스팅 최고응찰액(200만달러ㆍ약 22억원)을 넘는 연봉과 4년 이상 장기계약을 기대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흔치 않은 강속구를 던지는 왼손투수인 데다 미국 무대에 안정적으로 적응하기 위해 계약기간을 보장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샌디에이고와 합의하지 못했다. 최근 성적 부진으로 팀 재건에 나선 상황에서 김광현에 다년계약과 그에 따른 비용을 보장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38)도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광현 측에서 주장한 금액에 동의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48)은 "(김광현은) 메이저리그에서 검증이 안 된 선수이고 부상경력도 있다. 실패 사례가 될 수 있어 구단 입장에서 장기계약은 부담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 방망이가 급한 SD = 타선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샌디에이고의 팀 재건 정책도 협상에 영향을 미쳤다. 샌디에이고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대표적인 '투고타저' 팀으로 꼽힌다.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은 3.27로 전체 서른 개 구단 가운데 4위에 오른 반면 팀 타율은 0.226를 기록해 최하위에 그쳤다. 현재는 타선을 중심으로 팀을 재편하기 위해 올해 1~3선발로 활약한 이안 케네디(29ㆍ33경기 13승 13패 평균자책점 3.63)와 타이슨 로스(27ㆍ31경기 13승 14패 평균자책점 2.81), 앤드류 캐시너(28ㆍ19경기 5승 7패 평균자책점 2.55)를 이적시장에 내놓기까지 했다. 상대적으로 김광현이 주목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샌디에이고의 주머니 사정 역시 넉넉하지 않았다. 샌디에이고는 자금력이 부족한 구단은 아니지만 공격적인 태도로 선수를 영입하는 구단도 아니다. 여기에 11일에는 올 시즌 다저스에서 150경기 타율 0.287 25홈런 89타점을 올린 맷 켐프(30)를 5년간 7500만달러(약 827억원)에 영입했다. 방망이에 대한 갈증이 여전한 상황에서 김광현에 대한 지불액을 높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 도전은 계속된다 = 김광현은 내년 시즌을 마치고 다시 포스팅을 신청할 수도 있고, 2년 뒤 자유계약(FA) 신분으로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릴 수도 있다. 다시 도전하겠다는 김광현의 의지는 강하다. 그는 "구단과 에이전트가 최선을 다했지만 계약에 이르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다시 돌아온 SK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좀 더 준비해 다시 빅리그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물론 이번 입단 실패가 향후 메이저리그 도전에 악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김광현은 아직 젊기에 더 성장할 수 있는 선수다. 앞으로 한두 시즌 더 부상 없이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메이저리그의 관심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민경삼 SK 단장(51)은 "이번 도전이 (김)광현의 야구인생에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다. 언제든 다시 도전한다면 구단에서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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