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연극 '리타 Educating Rita', 강혜정의 새로운 변신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연극 '리타 Educating Rita(이하 '리타')'는 우리에겐 '셜리 발렌타인'으로 유명한 극작가 윌리 러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영국 리버풀의 노동자 계층 출신의 윌리 러셀은 15살의 나이에 학교를 중퇴하고 미용실에 취직했다. 이후 창고노동자 등을 전전하다 뒤늦게 야간교육대학을 다닌 후 작가로 데뷔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미용사로 일하던 시절을 회상하며 "주부 손님들이 매주 남편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거나, 옛날에 자신이 얼마나 잘나갔는지를 끊임없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때의 경험은 연극 '리타'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리타는 20대 후반의 주부이자 미용사이다. 축구와 맥주를 좋아하는 남편과 일찌감치 결혼해 평범한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다르게 살고 싶은 욕망이 점점 커져 갔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 인생의 의미를 찾고 싶어진 리타는 평생교육원 수업을 등록하고, 그 곳에서 프랭크 교수를 만난다. 늘 술에 취해 있는 프랭크는 처음에는 리타를 무시하지만 이내 그의 열성과 진심, 순수함에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 세계적인 명화를 포르노로 착각할 정도로 교양이 없던 리타가 교육을 통해 헨리 입센, 윌리엄 블레이크, E.M. 포스터,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논할 정도로 변신한다.
'리타'와 '프랭크', 이 두 인물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이 흥미롭다. 천박하고 수다스러운 말투에 화려한 옷차림의 리타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선망하던 지식인의 옷차림과 말투를 닮아간다. 권태롭고 따분한 생활에 젖어있던 교수 프랭크는 리타에게 문학을 가르치며 삶의 의미를 찾는다. 하지만 이 같은 교육이 오히려 리타가 가지고 있던 개성을 잃어버리게 하는 건 아닌지 고민스럽다. 자신의 품을 떠나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리타에게 질투도 느낀다. 작품은 단순히 '한 여성의 자아찾기' 과정을 그려내는 데서 벗어나 '우리가 왜 교육을 받는가'라는 더 큰 주제로 나아간다. 더 많은 지식과 교양을 갖춘 리타가 더 행복해졌는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어지럽게 널려있는 책, 커다란 창문, 리타와 프랭크가 마주앉게 되는 책상과 의자 등 작은 무대는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무대 왼쪽에 설치된 스크린에서는 유명인들의 각종 명언을 하나씩 보여준다. 배우 강혜정은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대사를 통해 솔직하고 당당한 '리타'를 표현해낸다. 프랭크 역을 맡은 배우 전무송의 건강 문제로 오는 21일까지는 황재헌 연출이 역할을 맡는다. 내년 2월1일까지 서울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공연한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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