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한 시간만에 1조2572억원가량 청약증거금 몰려
10시 기준 경쟁률은 같은 시각 삼성SDS 청약때보다 높아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KDB대우증권 본사 영업점. 제일모직 공모 청약 첫날 상담창구 직원들은 오전 9시 증시 개장 전부터 쉴 새 없이 걸려오는 전화에 응대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일부 투자자들은 영업 개시 전부터 지점을 찾아 공모주 청약서를 작성했고, 보다 많은 청약금을 확보하기 위해 대출 신청에 나서는 고객도 목격됐다.
KDB대우증권 창구 직원은 "삼성에스디에스 공모주 청약 열기보다 더 뜨거운 것 같다"며 "미리 계좌를 만든 고객들이 많고 부동산을 팔아 10억~20억원씩 제일모직 청약증거금을 준비한 분들도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10~11일 이틀간 공모주 청약…최고경쟁률 기록 깨나= 이날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제일모직 공모주 청약에는 오전 9시부터 한 시간 만에 1조2572억원 가량의 청약증거금이 몰렸다. 청약 경쟁률은 주관사인 대우증권의 경우 7.97대 1, 신한금융투자는 18.69대 1이다. 이는 삼성SDS 공모주 청약 첫날 10시 경쟁률인 한국투자증권 2.06대 1, 하나대투증권 4.21대 1보다 높은 수준이다.
서재연 대우증권 PB클래스갤러리아 이사는 "제일모직 청약은 그야말로 '핫'하다"며 "자금사정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최대 액수만큼 청약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도중협 대우증권 WM클래스압구정 PB팀장은 "삼성SDS 공모주 투자 수익률이 100%를 기록하는 것을 보면서 평소 공모주 투자에 나서지 않던 사람들도 제일모직 청약 문의를 많이 한다"면서 "미리 계좌를 만든 고객들이 많고 부동산을 팔아 10억~20억원씩 제일모직 청약증거금을 준비한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고객은 대출을 받아 투자하고 있다"며 "삼성SDS 청약 때보다도 관심이 큰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 거액자산가는 "공모주에 투자한 적이 없는데 이번에 증권사 직원의 권유를 받아 처음으로 투자하게 됐다"면서 "5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공모주 투자 수요 영향으로 증권사의 신규계좌 개설도 늘어났다. 일반투자자 청약물량이 217만9000주로 가장 많은 대우증권의 11월 신규 계좌 개설 건수는 월별 평균 개설 건수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우리투자증권의 경우도 11월 신규 계좌 개설 건수가 이전 월별 평균보다 16%가량 늘었다.
이 같은 청약열풍은 기관투자가 대상 공모 수요예측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기관투자가들의 86.9%는 공모가 상단인 5만3000원 이상을 신청했고, 13.1%는 가격을 제시하지 않고 무조건 물량을 받겠다 하기도 했다.
◆제일모직, 지배구조 개편 최대 수혜주= 이번 청약 열풍은 제일모직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상 정점에 위치해 있어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일모직은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지배구조상 정점에 위치해 향후 삼성전자 지주사 등과 합병하는 등으로 지주회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또 오너 일가의 지분이 가장 많다는 점도 투자 매력이 높은 요인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23.24%, 이건희 회장이 3.45%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양형모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 최정점에서 계열사를 지배할 제일모직의 주가는 상장 이후 계속 오를 것"이라며 "예상하지 못했던 이벤트(인수합병 등)도 발생 가능하기 때문에 매수해 장기간 보유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한 기관투자가도 "삼성SDS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을 많이 보유할 이유가 크진 않지만 제일모직은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향후 지분 희석을 방지하기 위해 가치를 끌어올려야 해 장기 보유할 종목이라 본다"고 판단했다.
오는 18일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 예정인 제일모직 공모가는 5만3000원이다. 증권사들이 내놓은 목표주가는 7만~10만원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예상 시가총액은 7조3827억~9조6133억원이다.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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