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약품, 사상최대 50억 규모 적발
정부 단속 비웃는 리베이트 천태만상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 국내 한 제약사의 영업직원 A씨는 안 다니던 교회를 최근 다니기 시작했다. 리베이트 대상 의사가 교회에 다닌다는 소식을 접하고서다. 그렇게 교회에서 의사와 친분을 쌓은 A씨는 주말 의사 운동모임에도 참석했을 뿐만 아니라 평일에는 진료 시간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의사를 집까지 데려다주는 방법으로 편의를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각종 금전적 혜택이 지원된 것은 물론이다.
제약회사와 의사들 간의 불법 리베이트 방식이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양쪽이 돈을 주고받는 과거의 리베이트 방식에서 벗어나 월세를 대신 내주거나 명품지갑을 선물하는 등 기상천외한 수법들이 등장했다.
상대적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리베이트 중심의 영업 관행이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뿌리가 뽑히지 않는 것이다. 리베이트는 명백한 불법이라는 제약회사의 인식변화와 함께, 정부도 기업들의 의약품 연구개발을 독려하는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8일 검찰이 밝힌 동화약품 리베이트는 사상 최대인 50억원 규모인데다 그 수법도 과거에 없던 새로운 방식이다. 동화약품의 영업부서 직원 A씨는 2012년 2월부터 10월까지 담당구역 의사 B씨의 원룸 월세를 대납했다.
검찰 관계자는 "통상 현금을 계좌로 쏴 주던 옛날 리베이트 관행에서 벗어난 처음 보는 신종 수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비슷한 시기에 자사의 알레르기용 복제약을 월 100만원 이상 처방한 의사들에게 고가의 명품 지갑도 사줬다.
이같은 리베이트 진화는 다른 업체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검찰에 적발된 삼일제약은 의사들을 상대로 형식적인 시장조사를 한 이후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했다. 이 과정에서 현금은 물론 상품권, 골프채, 항공원, TV 등 다양한 형태의 금품을 제공했다. 삼일제약은 리베이트 혐의로 2007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전력이 있지만 이번에도 같은 행태를 반복했다.
영업대행사(CSO)를 통한 리베이트 방식도 기승을 부린다. 제약사가 의사들에게 직접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영업대행사를 끼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리베이트 제공 주체는 대행사이지만 정점에는 제약사가 있는 만큼 이같은 방식은 리베이트 수사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다.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리베이트를 통해 복제약을 판매하는 것이 의약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것보다 이익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신약개발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반면 특허기간이 끝난 복제약을 만들어 리베이트로 판매하는 것이 위험부담이 적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제약업계와 의료업계가 리베이트를 불법으로 인식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기술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단속만 강화할 것이 아니라, 혁신형 제약기업 지원을 강화하는 등 기술개발 지원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의 리베이트가 관행처럼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부 규제가 강화되자 신종 리베이트 방식이 횡행하고 있다"며 "규제는 규제대로 하되 제약사들의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