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김근철 특파원·조목인 기자 ]잘 나가던 미국의 셰일가스 산업이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한 유가전쟁으로 흔들리고 있다. 석유·가스 산업에 대규모로 대출해준 미국과 영국의 금융권도 거센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주말 석유수출국기구(OPEC)발 저유가 폭풍의 영향권은 점차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셰일가스 생산업체 굿리치 페트롤리엄의 주가는 1일(현지시간) 21.82% 급락했다. 굿리치의 주가는 OPEC의 감산 합의 실패 뉴스가 전해진 지난달 28일에도 34% 뚝 떨어졌다. 다른 셰일가스 생산업체들의 주가도 요즘 거의 반토막 난 상태다.
국제 유가는 OPEC의 감산 합의 실패로 배럴당 60달러(약 6만6640원)대에 머물 듯하다. 그럴 경우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업체들은 생존 자체를 위협 받게 된다. 전문가들은 배럴당 90달러선을 넘겨야 미 셰일 가스 생산업계의 수지가 맞을 것으로 본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는 최근의 OPEC 석유장관회의에서 감산불가론을 관철시켰다. 단기간에 걸친 유가 상승보다 장기적 위협이 될 북미 셰일가스 산업을 흔들어놓겠다는 의도다.
미국의 셰일가스 업계는 생산비용 감축 등으로 이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 내 셰일가스 하루 생산량은 이미 100만배럴에서 75만배럴로 줄었다.
셰일가스 생산업체의 부실화는 미국·영국 은행권의 위기로 이어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에너지 관련 부실 대출로 영국 4대 은행 바클레이스·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HSBC·스탠더드차터드가 입을 손실이 20억파운드(약 3조4845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1일 보도했다.
가디언은 영국 은행보다 더 위험한 게 미 은행들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조사업체 번스타인리서치에 따르면 미 웰스파고의 에너지 업체 관련 대출은 370억달러에 이른다. JP모건(317억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214억달러), 시티그룹(199억달러)도 거액을 대출해준 상태다.
특히 셰일가스 개발이 활발한 미 중남부 은행들의 부실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오클라호마주의 BOK파이낸셜의 경우 주가가 지난 주말 이후 10% 급락했다. 같은 기간 텍사스주 최대 은행 컬런프로스트의 주가는 7.6%떨어졌다.
뉴욕=김근철 특파원·조목인 기자 kckim10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