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1일 오전 10시30분, 경북 포항 포스코 포항제철소 원료 부두. 현대상선이 임대한 중국 오성기를 단 신홍바오셔호가 러시아산 유연탄 하역 작업에 한창이다.
러시아를 출발해 북한을 거쳐 동해항로를 이용해 포항항에 도착한 배는 강한 바람에도 하역 작업을 강행했다.
4만500t에 달하는 유연탄 하역을 마치려면 꼬박 이틀이나 걸려 시간을 늦출 수 없는 데다 이 시범운송이 성공적으로 끝나야만 본격적인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역 작업 주위에서 포스코, 현대상선, 코레일, 정부 관계자들이 근심어린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 배의 하역 작업이 관심을 끄는 것은 우리 정부와 북한, 러시아 3각 물류 협력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첫 시범 사업이기 때문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하역 작업이 2일 오후 4시정도면 끝나는데, 지금으로서는 바람이 가장 큰 관건"이라며 "하역을 마치고 사업타당성 검토를 해봐야 경제성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러시아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시범 운송이 첫 결실을 맺었다.
1일 포스코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북한 나진항을 출발한 신홍바오셔호가 다음 날인 29일 포항항에 입항한 뒤 이날 오전 10시30분께부터 하역작업에 돌입했다.
화주인 포스코 측의 하역작업이 끝나지 않은 데다 실제 고로에 원료를 투입하지 않아 경제성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기는 이르지만 현단계까지 시간ㆍ유류비 등의 운송비 절감은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블라디보스토크 항로보다 시간ㆍ유류비 등이 10~15% 절약됐다는 것이다. 이번 시범운송 사업에 석탄대금과 운송비를 합쳐 400만달러(약 44억원)가 투자된 것을 감안하면 4억~5억원의 경제성을 확보한 셈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유연탄의 품질은 아직 판단할 수 없지만 러시아산 원료를 이미 사용해본 적이 있다"며 "이번 시범운송의 경로가 러시아산 유연탄을 들여오는 최단 코스"라고 말했다. 러시아산 유연탄 품질이 사실상 검증된 만큼 운송비 절약을 볼 때 다른 루트보다 경제성이 확보됐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는 사업성 측면에서 러시아 하산과 북한 나진, 남한 포항을 잇는 육상ㆍ해상 복합 석탄 수송이 기존 블라디보스토크 항로보다 시간ㆍ유류비 등이 최소 10~15%, 장기 계약만 된다면 더 많은 비용이 절약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나진항에서 선적을 완료하고 항해도 안전하게 마쳤다"며 "나진항 선적 및 항만시설 사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점을 확인했고 운영도 잘 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포스코, 현대상선, 코레일 3사 컨소시엄 관계자와 정부 관계자 등 우리 측 점검단 13명은 지난달 24일 열차를 타고 러시아에서 북ㆍ러 국경을 지나 나진항이 있는 나선특별시에 들어갔다.
이들은 지난달 28일까지 나진항에 머물면서 러시아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54㎞ 구간 철도를 통해 반입된 시베리아산 유연탄 4만500t이 중국 선적 화물선에 실려 나가는 전 과정을 지켜봤다.
이들은 석탄 반입, 하역ㆍ선적, 선박 입ㆍ출항 등의 물류 처리 절차를 현지에서 직접 점검함으로써 계약체결에 앞서 사업 타당성과 안정성을 확인했다.
점검단 단장 격인 지용태 코레일 남북대륙철도사업단 사업총괄처장은 "하산에서 나진까지 철도가 막힘 없이 운행되고 있었다"며 "운송 지점별 열차 통과 시각을 수시로 체크했는데 잘 지켜지더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북한 나진항에서도 하역 및 선적 설비 등이 잘 구비돼 있어 전반적으로 양호하게 시범운송이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시범운송에서 경제성이 확인된다고 하더라도 북한 리스크를 고려해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사업 처럼 남북한 관계가 경색될 경우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하산~나진항 54㎞ 구간의 철도를 개보수하고 나진항 3호 부두를 현대화해 동북아 주요 물류 거점을 확보하는 사업이다.
포스코, 현대상선, 코레일 등 3사로 구성된 우리 기업 컨소시엄은 2008년 러시아와 북한이 7대 3 비율로 출자해 세운 합작기업 라손콘트란스의 러시아 측 지분 절반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프로젝트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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