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오는 21일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을 앞두고 출판 유통시장이 일시적인 혼란 양상이다. 현재 일부 온라인서점 등에는 90% 할인에 사은품을 증정하는 이벤트가 벌어지는가 하면 일부 출판사들도 가세, 구간(출판된 지 18개월 경과한 도서)을 투매하는 등 '재고서적 땡처리'에 혈안이다. 여기에 메이저 출판사들이 구간 재정가를 실시, 책값 평균 57% 할인 의사를 밝혀 출판 유통시장의 불안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출판업계는 17일 "구간 재정가 대폭 할인, 재고 땡처리 등 책 투매 현상으로 중소업체들의 출혈이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며 "개정 도서정가제는 출판생태계 조성, 동네서점 경쟁력 강화라는 당초 취지를 살리기보다는 중소업체 몰락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출판시장 혼란은 이미 예견된 상황이다. 개정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책값 할인율 15%(기존 19%)를 적용받는다. 이에 최근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이 구간에 대한 재정가 신청을 받은 결과 146개 출판사, 2993종의 할인율이 평균 57%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향후 구간을 재정가하려는 여타 출판사에도 영향을 미쳐 책값은 당분간 요동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개정 도서정가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제2의 단통법'이라거나 '자충수'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는 개정 도서정가제가 '15% 총 할인율'에 무료 배송, 제휴카드 할인, 세트 판매. 구간 재정가 등을 방치, '편법 할인'을 용인한 때문이다. 황인석 출판기획가는 "개정 도서정가제로 책값이 장기적으로 안정될 지는 미지수"라며 "할인 압력을 더욱 가중되고 책값 신뢰도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도 저도 아닌 '절충법'을 내놓아 도서정가제 취지를 무색케 만들었다"며 "독자는 물론 출판유통업계도 만족스럽지 못한 환경을 만들어놨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양질의 콘텐츠 재생산 구조, 문화 다양성 확보를 위해 소모적인 책값 제도를 다시금 바로 잡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현재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일단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개정안 시행 이후 시장 상황을 점검, 부족한 부분은 재개정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정 도서정가제로 책값 거품을 제거돼 시장이 더욱 투명해지고 안정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에 적극적인 도서정가제 시행을 요구하는 의견도 많다. 박익순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장은 "개정 도서정가제로 책값 편법 할인을 막기는 어렵다"며 "할인율과 배송료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의 경우 도서정가제를 통한 출판산업 지속가능을 위해 정책 도구를 유연하게 활용하고 있다. 프랑스는 세계 최초로 5% 이내로 할인율을 묶는 도서정가제를 법제화한 데 이어 완전 도서정가제를 시행 중이다. 올해엔 '반아마존법'을 제정, 선도적인 국가로 꼽힌다. 반아마존법은 온라인 서점의 무료배송을 원천 불허하는 내용이다.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을 앞둔 출판계 등은 15% 할인율을 합의하기는 했으나 판로 축소 및 집중화, 출판 경영 악화, 발행종수 감소, 유통권력 심화, 독자의 선택권 축소 등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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