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엔에스케이, 후지코시 등 일본·독일계 베어링업체가 무려 14년간 국제 카르텔을 만들어 국내에 판매되는 베어링의 가격, 물량 등을 담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998~2012년 시판용 철강설비용·소형 베어링의 가격, 물량, 납품 수요처를 합의해 결정한 9개 일본·독일계 베어링 업체에게 과징금 778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16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엔에스케이, 제이텍트, 후지코시 등 일본 베어링업체들은 90년대 아시아지역 베어링 가격경쟁을 피하기 위해 국제카르텔 협의회인 아시아연구회를 결성하고 한국 등 아시아 국가별 베어링 가격의 인위적인 인상을 도모했다.
이들은 엔에스케이 본사, 지사를 중심으로 1998년4월20일~2012년3월31일 한국시장에서 시판용 베어링 가격을 합의한대로 인상했다. 담합기간 내 한국판매가격은 약 80~100% 인상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엔에스케이와 제이텍트는 1998년~2011년11월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사에 판매하는 철강설비용 베어링의 입찰물량을 배분하고 가격인상을 합의, 실행했다.
엔에스케이와 미네베아는 2003년6월~2011년8월 삼성, LG, 대우 등 국내 전자회사에 납품하는 소형 직납용 베어링의 가격도 담합했다.
공정위는 시판용 베어링을 담합한 엔에스케이, 제이텍트, 후지코시, 셰플러코리아, 한화 등 5개사에 총 62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철강설비용 베어링에 대해 담합한 엔에스케이와 제이텍트 2개사에는 68억원의 과징금이 결정됐다. 소형 직납용 베어링 담합과 관련해 엔에스케이와 미네베아에는 86억원이 부과됐다. 아울러 공정위는 이들 모두를 검찰고발하기로 했다.
베어링은 자동차, 철강, 전자 등 우리 기간산업의 필수부품이다. 특히 고품질 베어링을 생산하는 국내기업이 없어 대표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품목이기도 하다.
공정위가 역외에서 담합과 이와 연계된 국내 세부담합까지 모두 적발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역대 최장기간의 법 위반 행위를 적발했을 뿐 아니라, 특히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해 기업 국적과 관계없이 엔에스케이, 제이텍트 등 외국 본사를 고발조치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는 평가다. 이번 조사에는 2년간 약 35명의 외국인 대상 진술조사가 이뤄졌는데, 이 또한 역대 국제카르텔 사건 조사 가운데 최대 규모의 진술조사다.
공정위 관계자는 "장기간에 걸친 담합을 엄중 제재함으로써 국내 소비자 피해를 차단함은 물론 국내산업 경쟁력 제고에 기여했다"며 "엄정한 처벌로 향후 한국시장을 타깃으로 한 외국 사업자들의 담합행위 억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