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진안동 52㎡ 전세가율 93%까지 치솟아…"곧 역전된다" vs "매매가 추월 어렵다" 논란 팽팽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아파트 전셋값이 매매가격을 따라잡고 있다. 11월 기준 경기 화성시 진안동 주공그린빌 전용 52㎡ 아파트 전세가율은 93%다. 평균 매매가격은 1억8000만원, 전셋값은 1억6750만원으로 전셋값에 1250만원만 보태면 집을 살 수 있다. 화성시 병점동의 한 아파트 전용 59㎡ 아파트 전세가율은 91%다. 평균 매매가격은 1억7000만원, 전셋값은 1억5500만원이어서 1500만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바짝 뒤쫓고 있다. 매물은 적고 찾는 사람이 많아 당분간은 전세가율이 치솟고 있는 것이다. 단기간 이 같은 시장구조는 지속될 수밖에 없어 전세가율은 10월 말 전국 평균 70%에 육박한 상태다. 더욱이 일부에서는 전세가율이 90%를 훌쩍 넘어선 곳도 생겨나 매매가를 추월할 수 있을지, 그 시점은 언제가 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11월 기준 전국에서 가장 전세가율이 높은 곳은 97%다. 부동산써브 조사에 따르면 경기 화성시 병점동 느치미주공 4단지 59㎡는 97.3%를 기록했다. 서울에서는 서초구 서초동 더샵 서초 33㎡가 96.7%까지 치솟았다. 지방에서도 마찬가지다. 광주 북구 문흥동 광명아파트 49㎡(97.7%)나 대구 수성구 시지동 은세계 143.4㎡(96.7%)도 전국에서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축에 든다.
전국 단위로 넓혀보면 전세가율이 70%에 근접해있다. 매매로의 전환점이라 여겨졌던 60% 벽이 이제 70~80%로 상향됐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비율은 69.4%다. 역대 최고치였던 2001년 10월(69.5%) 이래 가장 높다. 지난해 10월 65.9%였던 전세가율은 꾸준히 올라 ▲2014년 2월 67.7% ▲4월 68.4% ▲6월 68.8% ▲8월 69.1%를 기록했다.
이처럼 전셋값이 매매가 수준으로 높아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세입자로서는 자가나 월세보다 주거비부담이 낮으면서도 자가로 보유할 때와 비슷한 만큼의 주거서비스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보유세나 거래세 부담도 없다.
이렇다보니 전셋값보다 매매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지 않는다면 전셋값이 매매가를 추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는 집값 하락에 대한 부담이 없고 보유세나 취득세, 감가상각에 대한 부담도 없다"며 "집값이 물가보다 높게 오르지 않으면 전세가율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세수급불안이 장기화되면 2021년에는 전세가율이 100%를 넘어설 것이라는 연구 보고서도 있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매매가격이 꾸준히 하락하고,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면 2021년에 100.7%에 도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 연구위원은 "매매가격이 하락하면 전세를 공급할 이유가 없으므로 전세가율이 100%에 가까워질 수 있다"면서도 "최근 전세가격이 많이 오른 지역을 중심으로 매매가격도 꿈틀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세보증금을 대출로 조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과거의 매매전환 기준선이었던 60%가 70~80%로 높아졌지만 단기간에 전세가율이 100% 벽을 넘지는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집값의 110%까지도 높아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서종대 한국감정원장은 "이론상으로 전세금은 주택의 유지관리비, 감가상각비, 제세공과를 더해 집값의 110% 정도를 받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전셋값이 매매가격을 따라잡은 것은 국지적인 현상일 뿐 매매가격을 추월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전세선호 현상은 시중금리보다 월세이율이 높기 때문에 나타나는데, 수요자들이 매매가에 근접한 전세보다는 월세나 매매를 선택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와 함께 금리 상승 가능성이 높아진 영향도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전세가율이 높아질수록 보증금 반환 위험도 함께 높다"며 "대출금 이자가 월세로 바꾸는 것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전세를 선호하고 있으므로 월세이율과 금리의 균형점을 찾으면서 시장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팀장은 "세입자들이 세금보다 주거안정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크기 때문에 안전장치를 둔다 해도 매매가보다 비싼 가격을 전세로 내고 들어가는 세입자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