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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馬島 바다 밑, 잠들었던 조선이 깨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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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등 보물급 3만여점 발굴
-첫 조선선박 ‘마도4호’ 학계 주목
-해로통한 백자 교역 최초 확인


태안 馬島 바다 밑, 잠들었던 조선이 깨어나다 충남 태안 마도, 신진도 위성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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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馬島 바다 밑, 잠들었던 조선이 깨어나다 마도 해역에서 출수된 백자 다발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놀란 여울물이 들끓어 오르는 것이 천만 가지로 기괴하여 말로 형언할 수 없다. 그래서 배가 그 아래를 지나갈 때는 대부분 감히 근접하지 못하는데 그것은 암초에 부딪힐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객관(客館)이 있는데 '안흥정(安興亭)'이라 한다."

중국 송나라 문신 서긍이 1123년 6월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에 기록한 마도 인근 바다의 풍경이다. 서긍의 이야기처럼 고려시대 때도 이곳 마도 앞바다 '안흥량'은 진도 울돌목이나 황해도 인당수처럼 사나운 바다로 유명했던 곳이다. 한반도 중간에 위치해 물동량도 많았다. 그래서 예로부터 많은 배들이 이곳 해역에서 침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왕조실록에는 태조 4년부터 세조 1년까지 불과 60년간 이 해역에서 200척 이상의 조운선이 난파되고 1200명 이상의 인명피해, 1만6000석가량의 미곡 손실이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최근 들어 더욱 활발해진 수중문화재 발굴에서 '마도'가 주목을 받는 이유를 이런 역사적 사실들에서부터 짐작해 볼 수 있다. 마도는 안흥량의 옛 정박지로 추정되는 곳으로 인근 해역에서 수많은 유물들이 출수되고 있는 지역이다. 말의 형상을 닮아 이름 붙여진 마도(馬島)에는 '바닷속 경주'라는 별명까지 붙었을 정도다.


이곳 바다에서는 2007년부터 지금까지 총 네 척의 고(古)선박이 발견됐다. 태안 대섬에서 한 차례 발굴한 것을 합치면 태안 일대의 수중에서 찾아낸 배는 5척이다. 최초의 세곡선과 함께 바다에서 건진 유물은 두꺼비형 벼루와 매병과 죽찰(죽간으로 이뤄진 편지)와 같은 보물급 문화재 등 총 3만여점에 달한다.


태안 馬島 바다 밑, 잠들었던 조선이 깨어나다 마도 4호선 내부 출수 분청사기 두 점.


태안 馬島 바다 밑, 잠들었던 조선이 깨어나다 누리안호 위로 건져지고 있는 닻가지


태안 馬島 바다 밑, 잠들었던 조선이 깨어나다 수중조사선 누리안호


특히 지난 9월부터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실시한 마도해역 탐사 중에 발견돼 지난 5일 처음 공개된 '마도 4호선'은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배는 연구소 소속 잠수사들이 해저면을 걷어내면서 조선백자 꾸러미를 먼저 발굴한 후 그 주변으로 깊이 시굴해 들어가자 고선박의 좌현 일부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발견됐다. 길이 11.5m, 폭 6m 크기의 배는 마도 1ㆍ2ㆍ3호선, 태안선처럼 쇠못을 쓰지 않은 전형적인 우리나라 전통선박의 형태였다. 선체 내부에선 분청사기 두 점이 나와 이 배가 현재까지 한 번도 발굴된 적이 없는 '조선시대 배'일 것이라는 게 유력해졌다. 그동안 해양에서 발굴된 총 12척의 고선박 가운데 조선시대의 배는 전혀 없었다. 통일신라시대로 제작 시기가 밝혀진 영흥도선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고려시대 선박이었다.


조선백자가 해로를 통해 유통됐을 가능성도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도자사를 전공한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지난 5일 태안군 근흥면사무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지방가마에서 생산된 백자는 지역 내에서 내륙으로만 공급된 걸로 여겨졌는데 이처럼 원거리까지 해로를 통해서 교역됐다는 중요한 사실이 마도해역에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모아진 조선백자는 총 111점으로 발견 당시 종류별로 발, 접시, 잔, 촛대 등이 각각 10점씩 포개진 상태였다. 백자 다발 아래쪽엔 완충재로 사용했을 볏짚도 확인됐다.


이날 기자단은 태안 신진도 항구에서 유람선으로 15분쯤을 지나 마도해역 발굴 지점에 자리한 수중문화재조사선 '누리안호'에 도착할 수 있었다. 290t급 누리안호 선체에는 인양된 각종 닻돌, 동물 뼈, 도자기류, 나무부재 등이 정돈돼 있었다. 두 명의 잠수사는 최근 마도 해역에서 함께 확인된 닻가지(가지같이 뻗은 닻의 갈고리)를 인양하는 중이었다. 잠수사들은 수심 11m에서 누리안호 통신작업실과 교신하며 인양백에 공기를 주입시켜 닻가지를 끌어올렸다. 수중에서 갯벌이 일고 바다 상태가 좋지 않아 20cm 이상 시야를 확보할 수 없어 작업 시간이 40여분이나 걸렸다.


연구소 관계자는 "해저에 오래 목재 닻이 노출돼 있다 보면 벌레가 먹어 훼손이 빨리 진행될 수 있어 인양한 것"이라며 "이 닻이 마도 4호선의 닻인지 아닌지는 더 분석해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바닷속 갯벌에 우현이 박혀 있는 마도 4호선은 잠수가 가능한 내년 4월 이후 내부 유물들을 모두 출수한 다음 인양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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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신안해역에서의 고선박 발굴 이후 마도해역에서 지속적으로 유물이 발굴되면서 수중문화재 탐사기술개발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 일본, 호주 등지에서도 이 분야의 연구와 투자에 활발하다. 중국에선 2007년 송나라 상선인 '난하이(남해) 1호'를 발굴한 것이 계기가 된 듯 지난 9월 900t급 조사선인 '고고(考古) 1호'를 진수하기도 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고선박 보존ㆍ복원 및 탐사ㆍ항해기술 연구를 계속해 나가는 한편 서해수중유물보관동 건립과 함께 아시아 주변국과의 교류협력을 추진 중이다.


소재구 연구소장은 "백제에 불교를 전해준 '마라난타'란 인물이 누군지 추적해 보면 미얀마에 같은 성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점, 신라인 혜초스님 역시 바닷길을 통해 인도를 여행했다는 점 등을 생각하면 아시아권 역사와 문화교류사 연구에 수중 문화재 발굴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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