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인천시가 2015년도 예산편성과 관련해 주민들이 직접 제안한 사업의 90%가량을 미반영해 논란이 일고 있다. 주민제안사업이라도 시 재정상황을 무시할 수 없다지만 주민참여예산위원회가 수개월간의 작업을 거쳐 내놓은 예산안을 시가 아무런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축소했다는 지적이다.
4일 인천시와 인천시 주민참여예산위원회에 따르면 시는 주민참여예산위가 내년도 주민참여예산 사업으로 50개 사업 72억2000만원을 제안했으나 이 중 9.6%인 8개 사업(비예산 사업 2개 포함) 6억9000만원만 예산에 반영하기로 했다.
특별회계인 인천경제청의 2개 사업 4억5000만원을 제외하면 실제 일반회계 반영액은 2억4000만원에 불과하다. 주민참여예산 10개 분과 가운데 7개 분과는 예산이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이는 지난해 송영길 시장 재임 때 51개 제안 사업 137억6000만원 가운데 50%인 40개 사업 63억9000만원을 반영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차이가 난다.
시는 내년에 더욱 어려워질 재정상황을 고려해 신규사업이 대부분인 주민제안사업을 예산에 반영하기가 곤란하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하지만 시가 이같은 방침을 애초 주민참여예산위에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데다 민관협의회 조차 열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주민참여예산을 축소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인천시 주민참여예산위는 각 군·구 주민참예산위원과 시민들의 참여로 확정한 제안사업에 대해 지난 3월부터 예산교육, 분과별회의와 민관협의, 분과 우선사업 선정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51개 사업을 확정했다.
인천시 주민참여예산위원회는 “시 정부가 바뀌고 예산상황도 어려우니 ‘유정복 시장의 방침’을 빨리 결정해서 주민참여예산 분과장들이 시정방향에 맞게 운영할 수 있도록 협의해달라고 지난 8월부터 요청했다”며 “그러나 시가 차일피일 미뤄오다 뒤늦게 재정난을 이유로 위원회가 확정한 예산안을 싹뚝 잘랐다”고 주장했다.
박준복 인천시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위원장은 “유 시장이 위원회 요구대로 제때에 방침을 결정하고 위원들에게 협조를 구했다면 위원회도 신규사업 보다는 낭비성예산 삭감에 방점을 두고 제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또 “더 큰 문제는 재정편성에 시민이 참여하는 것을 못마땅해해는 낡은 사고가 아직도 공무원사회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2010년 모든 지자체에 의무사항으로 도입된 주민참여예산제도에 대해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고 꼬집없다.
이와 관련 인천시 관계자는 “민선6시 시정부가 출범 후 재정여건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리다보니 주민참예예산위에 예산수립 방향을 명확히 전달하지 못한건 사실”이라며 “신규사업을 자제하다보니 내년도 주민참여예산 반영비율은 낮지만 올해 추진중인 참여예산사업 중 20억4000만원은 연속사업으로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지방정부의 방만한 운영과 무분별한 예산 낭비를 주민 참여로 통제하기 위해 2010년 모든 지자체에 의무사항으로 도입됐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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