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프로야구 삼성과 넥센의 한국시리즈를 취재하기 위해 3일 대구에 왔다. 올시즌 마지막 대구 출장이다. 대구구장에서 4일과 5일 열리는 1·2차전이 끝나면 다시 대구에 올 일은 없다. 3·4차전은 넥센의 홈인 서울 목동에서, 5·6·7차전은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그러니 삼성은 우승을 해도 대구 홈팬들과 기쁨을 나눌 수 없다. 넥센도 4승 무패로 이겨야만 홈팬들 앞에서 축배를 들 수 있다. 현실적인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국시리즈 5·6·7차전이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이유는 '중립구장' 규정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 팀(지방팀)의 연고지 경기장 관중석이 2만5000석 미만일 경우 5·6·7차전을 잠실구장에서 열도록 했다.
두 팀 중 한 팀의 경기장 규모가 2만5000석 이상이면 정규리그 1위팀 경기장에서 1·2차전과 6·7차전을 하고 하위 팀 경기장에서 3~5차전을 한다. 프로야구 원년(1982년)부터 33년 동안 이어져온 규정이다. 서울지역 야구팬들에게 한국시리즈를 즐길 권리를 부여한다는 명분이다. 서울에서 한국시리즈를 열어야 흥행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도 깔려 있다.
그러나 한 시즌 동안 열렬히 응원한 팬들이 한국시리즈 우승의 순간을 함께 하지 못하니 안타깝다. 삼성은 3년 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하면서 2011년과 2012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잠실구장에서 확정했다. 지난해에는 다행이 두산을 상대로 만나 홈팬들 앞에서 우승 축포를 터트렸다. '2-3-2 포맷'으로 진행된 한국시리즈가 7차전까지 갔기에 가능했다.
한국 프로야구는 이미 관중 700만 시대를 바라보는 '국민 스포츠'로 성장했다. 조금 작은 구장에서 경기를 하면 어떤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한국시리즈가 열리고, 그 곳을 연고로 하는 팀이 우승에 도전한다는 사실은 야구팬들에게 큰 기쁨이자 자부심이다. 흥행 등을 이유로 지역팀을 응원하는 홈팬들이 한국시리즈를 즐길 권리를 뺏겨야할 이유는 없다. 오래된 중립구장 규정을 손보면 어떨까.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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