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공무원 연금을 둘러싼 정부·여당과 공무원 단체간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공노·전교조·교총 등 공무원 관련 단체들이 1일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었다.
전국공무원노조,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한국교원단체총연합 등 50여개 공직 단체로 구성된 '공적 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는 이날 오후 1시부터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광장에서 공무원·교사 등 10만여명이 참여하는 '100만 공무원·교사 총궐기 대회'를 개최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이 추진하는 연금개혁안에 대한 공직사회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공무원 연금 개혁론이 제기된 후 가장 큰 장외집회인 이번 총궐기 대회에는 무려 12만명(주최 측 추산)의 인원이 몰렸다.
실제 총궐기 대회를 앞두고 여의도공원·여의도역 일대는 다양한 색상의 노동조합 조끼를 입은 공무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도로에는 영·호남은 물론 제주지역에서 모여든 전세버스 등으로 붐볐다.
◆공직사회 연금 개혁안 '반발'…"박봉에 시달리다 사기 당한 기분"
이날 사전대회 이후 오후 3시께 시작된 본 대회에서는 공무원 연금 개혁을 둔 공직사회의 분노가 곳곳에서 표출됐다. 김정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은 "정부·여당은 아이들의 밥상마저 뺏자고 하면서 이제는 우리(공무원)에게도 늙으면 곱게 죽으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단순히 공무원 연금만을 지키자는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의 노후 생존권을 지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당이 이런 개악안을 유지하고, 야당이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한다면 100만 공무원의 총투표로 심판하자"고 강조했다.
이충재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위원장은 "공무원 연금은 바로 사회보장이고, 사회에 대한 투자이기도 하다"며 "노후에 퇴직자들이 소비해야 중소기업이 살고, 내수가 살고 경제가 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총궐기에 나온 현장 공무원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경기도 수원시에서 근무하고 있는 31년차 교사 A씨는 "1983년 첫 임용 때 월급이 겨우 10만원이어서 지금껏 연금 만 바라보고 살아왔다"며 "그런데 공무원 연금 적자의 원인이 우리(공무원)탓도 아닌데 연금액을 깎는다고 하니 사기 당한 느낌이다"라고 토로했다. 부산의 한 자치구청에서 오전부터 상경한 24년차 공무원 B씨도 "연금의 주체는 공무원인데, 공무원을 배제한 채 연금 개혁을 논의한다는 것이 말이 되나. 이제 자식들에게는 공무원하라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정치권 '사회적 대타협' 제안…정청래 "사회적 대타협委 만들자"
이날 총궐기에는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 로사 파바넬리 국제공공노련(PSI) 사무총장 등 노동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또 정치권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용득 전 최고위원, 이인영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정청래 의원(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등과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부대표 등이 자리했다.
정치권 인사들은 개혁안 입법에 앞서 '사회적 대타협'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날 발언에 나선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가의 명에 의해 일한 죄 밖에 없는 (공무원)여러분들이 마치 자기 밥그릇이나 지키려는 욕심 많은 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며칠 전 김무성 대표가 눈물을 흘리는 척 하며 공무원들에게도 고통을 분담하자고 했다"며 "진정한 사회 대타협을 원한다면 여·야, 공무원노조, 시민사회 등 모두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 위원회를 만들어 공적연금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공투본 "연금법 개악 절대 수용 못해…공적연금 관련 대책기구 마련할 것"
각 문화행사가 마무리 된 후 공투본은 결의문을 낭독했다. 공투본 집행책임자 중 하나인 백복순 한국교원단체총연합 사무총장은 "여당과 정부가 직접적 이해 당사자인 교직원과 공무원 단체를 배제한 채 밀실에서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연금법 개악은 절대 수용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연월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수석부위원장은 "선순환 복지국가의 첫걸음은 공적연금 전반을 논의하는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이라며 "시간이 없다는 핑계대신 공적연금 복원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가슴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총궐기 대회 기점으로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로 명칭 변경 ▲공무원들이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예산 절감·탈세 예방·예산 낭비 감시에 나설 것 ▲ 복지국가를 위한 범국민 대책기구 구성 및 '복지국가 아젠다' 마련 ▲공직사회 내부 부정부패 척결 및 부당한 지시·명령 거부 ▲공공분야 민영화 시도가 계속될 경우 거리로 나설 것 ▲공적연금 전반에 대한 논의가구로서 '사회적 협의체' 구성 촉구 등 향후 방침을 밝혔다.
한편 이날 집회 참가인원이 12만명 선에 달하면서 당초 여의도 국민은행 앞까지 행진하려던 계획은 취소됐다. 대신 공투본은 집회 참가자 파도타기·피켓 날리기 등의 상징의식을 통해 오후 4시40시께 별다른 충돌 없이 총궐기를 마무리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