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으론 전세 문제 해결 못한다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이민찬 기자, 한진주 기자] 정부가 고공행진하는 전셋값을 잡기 위해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형편이 넉넉지 않은 가구나 취업준비생 등에게 대출금리를 낮춰주거나 저금리 월세대출을 시행하는 방안을 내놨다.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는 30일 이른바 '10·30전월세대책'으로 불릴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대책'을 발표하고 "전월세 수급 불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임대주택 공급이나 월세대출이라는 새 상품 등은 당장 급한 상황에 처한 수요자들에게는 '단비'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시중에 확산된 전셋값 급등이나 전세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대책의 초점이 요즘 서민들이 시장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진짜 문제인 '전세'보다는 대출 금리 인하 등 월세에 집중하고 있어 과녁 설정이 한참 빗나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주택에 대한 가격상승 기대감이 낮은 데다 저금리 속에 집주인들이 전세물량을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는 사례가 늘어나는 시장구조상의 문제로 인해 일시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를 뒤집어보면 정부가 지금의 전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더 이상의 카드도, 뚜렷한 대책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전셋값이 오르기 시작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그동안 정부는 '집값 하락으로 매매수요가 발생하지 않고, 이러한 요인이 수급 불일치를 일으켜 전셋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며 매매시장 활성화에만 공을 들여왔다.
매매시장이 활성화되고 집값이 오르면 아랫목 효과로 전세시장도 안정화된다는 논리인데 정책초점을 '서민=전세'에 두지 않은 점은 명백한 실기(失技)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제껏 외과 환자의 직접 상처부위를 수술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부위를 만지작거린 셈이다.
정부대책에 답이 없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이번 대책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임대주택 공급과 사회취약계층의 월세 대출 등 대출 지원이다.
전세난이 가장 심각한 곳은 서울과 수도권 지역이며 주택유형은 3~4인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아파트와 다세대 주택이다. 그런데 정부 대책만 봐서는 어떤 유형, 어느 정도 면적의 임대주택을 어디에 늘릴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가령 2017년까지 공공임대리츠(REITs) 주택을 1만가구 더 늘려 6만가구로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임대리츠의 특성상 이들 주택은 정작 필요한 3~4인 가구용 주택이 아니라 대부분 원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소득수준 4분위(연소득 3400만원) 이하로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계층에 초점을 맞춰 월세 대출을 지원하겠다는 정책은 나름 의미가 있다. 하지만 살림살이가 팍팍한 서민들에게 '저금리 시대이니 빚으로 해결하라'고 권하는 땜질 처방으로 현재 전월세 문제의 핵심을 꿰뚫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정부 정책은 저금리가 고착화되면서 늘고 있는 월세 전환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부동산연구팀장은 "시장에서는 전세가 문제라고 인식하는데 정부에서는 월세로 전환됐으니 그렇게 받아들이고 주거비 부담이 증가하는 저소득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방안 마련에만 의의를 뒀다"며 "저소득층 월세 거주자들에게는 도움되겠지만 전세난 해결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장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정부가 직접 나서서 매입 임대 공급을 늘린다는 건 올바른 방향이지만 현재 임대주택 시장 자체가 공공보다는 민간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민간 임대 공급을 늘리기 위한 지원책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10·30전월세대책' 주요 내용= 전셋값이 급등한 지역에 즉시 입주가 가능한 매입·전세임대주택을 내년까지 당초 5만4000가구에서 6만7000가구로 1만3000가구 추가 공급한다.
공공임대주택리츠도 1만가구 확대했다. 시중 민간 자본을 임대사업으로 끌어오기 위해 국민주택기금 지원 금리를 낮추고 규제도 완화했다. 또 보증부월세(반전세) 거주 대상이 주로 저소득층이란 점을 감안해 국민주택기금을 통해 저리로 월세를 직접 대출해준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