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한동안 숨겨뒀던 매의 발톱을 드러냈다. FRB는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난 뒤 발표한 성명에서 3차 양적완화를 이달 중 완전히 종료하고 초저금리 기조도 상당기간(cosiderable time) 유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이 충분히 예상했던 결정이다. 하지만 FRB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FRB는 예상과 달리 성명에 상당히 강한 매파적 메시지도 함께 추가시켰다. 특히 재닛 옐런 의장이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해온 노동시장과 실업률 문제에 있어서 상당히 대담해졌다. 지난 9월 FOMC 성명까지 남아있던 "유휴노동력(slack) 문제가 심각하다”는 문제는 전격 삭제됐다.
FRB가 ‘당초 계획보다 경제 성장이 빨라진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어도 성명을 통해 처음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이와 무관치않다. 이는 긴축을 통한 정상적인 통화정책으로 복귀해야한다는 매파적 입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옐런 의장을 필두로한 FRB내부의 다수 비둘기파들은 경제 개선세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조급한 긴축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ITG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의 스티브 블리츠 이코노미스트도 “(FRB가) 매파적인 정책 궤도로 서서히 그러나 확고하게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따라 12월 FOMC에선 ‘상당기간 저금리기조 유지’라는 표현의 삭제가 유력해졌다. 2015년 중반으로 공감대가 형성돼가던 최초 금리인상 시기를 둘러싼 논란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한편 이날 FOMC 결정으로 양적완화 정책은 6년만에 종지부를 찍게됐다. 양적완화는 미 중앙은행인 FRB가 달러화 발권력을 동원해 채권을 매입하고 이를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책이다. 이를 주도한 벤 버냉키 전 FRB의장은 이를 통해 신용경색을 막고, 투자 활성화와 고용창출, 장기 금리 인하효과 등을 기대했다. 세차례 걸친 양적완화를 통해 시중에 공급된 유동성은 4조 달러에 이른다.후임자 재닛 옐런 의장에의해서도 이같은 정책 기조를 이어받았다.
시행초기부터 숱한 논란이 있었지만 FRB의 대대적인 양적완화는 일단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최근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가 부진에 허덕이고 있지만 미국 경제는 ‘나홀로 성장세’ 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실업률은 금융위기 발생이전 수준인 5.5%까지 떨어졌고 지난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4.6%까지 올랐다.
그러나 양적완화 정책의 효용성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무리한 채권 매입으로 인해 FRB의 대차대조표 규모가 4조5000억달러에 이르러 적정선을 이미 넘어섰다는 우려가 많다.또 과도한 유동성 공급으로 금융시장 전반에 거품이 발생할 우려가 생긴 것도 경계 대상이다. 경제 전반에 거품이 확산되기 전에 변칙적인 양적완화와 저금리 기조를 청산하고 중앙은행 본연의 긴축정책으로 회귀해야한다는 것이 매파적 주장의 요체다.
최근엔 불평등 심화론도 불거졌다. 옐런 의장조차 지난 17일 최근 미국내 부의 불평등이 100년 만의 최고 수준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양적완화 정책은 서민들의 실질 소득을 올리지 못한 채 자산가들의 재산만 불려줬다는 비판에도 자유롭지 못한 처지가 됐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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