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민간단체가 전단살포를 강행하고 북이 이를 강하게 비난함으로써 2차 고위급 접촉에 대한 북한 측의 응답을 기다리는 정부의 고민이 크다.
전단살포와 관련해 남남 갈등이 벌어진데 이어 북측이 전단 살포를 2차 고위급 접촉을 무산시킬 빌미로 삼고 우리 정부가 적극 나서지 않았다고 비난하면서 모든 책임을 둘러써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명분을 차근 차근 쌓고 있다.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5일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둘러싼 남한 민간단체 간 충돌과 관련해 경찰의 태도를 비난했다.
중앙통신은 이날 '남조선 각계 반공화국 삐라 살포 망동에 항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금강산기업인협의회, 남북경협경제인총연합회, 경기도 파주시 주민 등이 대북전단의 살포를 규탄하거나 저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통신은 또 "25일 파주지역 시민단체 회원들과 주민들은 뜨락또르(트랙터)들을 동원하여 임진각 일대에서 삐라 살포를 위한 보수단체들의 버스 진입을 막고 삐라들과 풍선들을 빼앗아 찢어버리면서 완강한 항의투쟁을 벌였다"고 전했다.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남조선 당국이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삐라 살포 난동을 또다시 허용한다면 북남관계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될 것"이라며 대북전단의 살포 저지를 촉구했다.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 등 보수단체들은 이날 파주시 임진각 일대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려고 했지만, 진보단체의 저지로 무산됐다.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김포시 월곶면의 야산에서 대북전단 2만 장을 날렸다.
정부는 그동안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를 규제할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원칙론을 펴왔다.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막을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류길재 통일부장관은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대북전단이 남북관계에 도움이 안 된다"면서도 "헌법에 표현된 권리(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대북전단에 대한 기본원칙과 입장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초미의 관심사는 북한이 과연 우리 정부가 30일로 제안한 2차 고위급 접촉에 과연 응할지다. 이는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하나의 전쟁행위'로 규정하고 남한 정부에 거듭 살포 저지를 촉구했으며 대북전단 살포를 허용하면 남북관계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될 것으로 위협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지난 13일 '30일 2차 고위급 접촉 개최' 제의에 14일째 묵묵부답이다. 북한은 최근 서해상, 군사분계선에서의 총격전,전단살포 등을 거론하면서 2차 고위급 접촉에 호응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 정부는 그러나 꼭 30일이 아니고 며칠 뒤에 응하더라도 합의를 지킨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우리정부는 고위급 접촉을 기대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류 장관도 정부가 30일 개최를 제안한 제2차 남북 고위급접촉과 관련해 "여러 정황 등을 봤을 때 북측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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