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율 통계와 같은 원리…특정기간 기준 COVERAGE bias 우려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월이나 분기 등 짧은 기간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5만원권 환수율이 통계착시를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7일 나상욱 한은 발권국장은 한국은행 인천연수원에서 열린 워크숍 발표에서 "화폐 환수율은 발행과 환수간에 시차가 있기 때문에 월이나 분기 등 짧은 기간을 기준으로 환수율을 측정하는 것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나상욱 국장은 이러한 통계 착시를 'COVERAGE bias'라 소개하며 이혼율 통계에 빗댔다. 올해 열쌍이 결혼하고 다섯쌍이 이혼했을 때 이혼율은 50%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혼한 사람 중에는 지난해 결혼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제대로 된 이혼율 통계를 잡으려면 지금까지 결혼사람 중(누적 기준) 이혼한 사람 비율을 구해야 한다. 화폐 환수율도 똑같다. 화폐 발행 시점과 환수 시점 간의 '시차'가 있기 때문에 '누적액 기준 환수액/발행액 비율'로 따져야 정확한 통계가 나온다. 올해 10월 기준 화폐환수율은 72.5%나 되지만 누적액 기준으로 하면 21일 기준 44.3%다.
나 국장은 "특정 기간 중의 환수율은 해당 기간 중 발행된 화폐가 그 비율만큼 환수되고 나머지가 시중에 비축되는 것으로 오해할 여지가 있다"면서 "누적액으로 보면 5만원권 환수율은 1973년 발행 당시 최고액권이었던 만원권의 환수율과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수율은 설이나 추석 영향으로 큰 변동성을 보이기 때문에 월이나 분기별보다는 반기나 연도별 환수율 추세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 국장은 특히 "만원권 환수율이 발행된 지 12년 후에야 80% 수준, 19년 후 90% 수준에 이른 것을 감안하면 5만원권 환수율도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5만원권 환수율이 50%를 밑돌고 있는 이유를 '화폐의 퇴장'으로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환수율은 한은과 금융기관 간의 화폐수급상항을 반영할 뿐 가계·기업·금융기관 간의 유통과 보유상황을 나타내진 않는다.
한은은 지하경제 양성화보다는 저금리, 낮은 인플레이션 등 거시경제여건으로 현금선호경향이 높아진 것과 거래와 보관 편의성으로 민간의 5만원권 수요가 확대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5만원권은 가볍고 깨끗하다. 1g의 무게에 나온지 5년밖에 되지 않아 유통화폐 청결도는 98.9%다.
나 국장은 "시중에 공급된 5만원권의 상당 부분은 상거래 목적으로 유통되고 있으며 일부는 비상시에 대비한 예비자금으로 퇴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5만원권 환수율을 단순히 지하자금 유입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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