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은석 기자] "(박근혜정부가) 외교안보분야 국가 전략을 갖고 있습니까?"(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정부가 바뀔 때마다…"(윤병세 외교부 장관)
"그런 게 있습니까 없습니까?"(유 의원)
"…" (윤 장관)
지난 7일 시작한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의 거친 질문에도 끄떡 않던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여당 소속 유승민 의원의 질의에는 진땀을 뺐다. 북한 실세 3인방의 깜짝 방문 뒤 대북정책 변화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 터라 두 장관의 국감 답변에 대한 관심은 여느 때보다 컸다. 특히 여야 의원 모두 2010년 천안함 폭침 이후 생긴 5ㆍ24 대북 제재 조치 해제 여부를 집중 따졌다.
각각 7,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윤 장관과 류 장관은 의원들 질의에 흔들림이 없었다. 윤 장관은 "통일부가 중심이 돼 검토할 것"이라는, 류 장관은 "(북한) 고위급이 왔다고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바꾸거나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원칙론을 고수했다.
두 장관 모두 유 의원 질의 앞에선 흔들렸다. 윤 장관은 지난달 미국의 주요 외교ㆍ안보 연구 기관 대표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이 중국에 경도 됐다는 견해가 있다는 것으로 아는데 이는 한ㆍ미 동맹의 성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란 내용의 원고를 언론에 사전 배포했다가 정작 연설에서 빠져 논란이 일었던 점을 지적받자 답변을 하지 못했다. 비록 질의 과정에서 청와대 외교안보팀을 '얼라'(어린애의 사투리)로 표현해 논란이 불거졌지만 정부의 장기적 외교ㆍ안보 전략 부재를 꼬집은 유 의원 질의는 윤 장관을 당혹스럽게 했다.
박근혜정부가 5ㆍ24조치에 대한 입장 변화가 없음을 강조하던 류 장관도 마찬가지였다. 유 의원은 "이명박정부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 인정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요구했는데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북한의 책임있는 조치'란 구름잡는 소리만 한다"며 "(정부가 5ㆍ24 조치를) 해제할 때 국민들에게 뭐라고 이야기할 것이냐"고 물었다. 류 장관이 "국민들이 납득할…"이라고 하자 유 의원은 "그게 뭡니까"라고 재차 따졌다. 류 장관은 "그런 것들은 (북한과) 같이 이야기해서 할 수 있다"며 말끝을 흐렸다.
유 의원은 곧바로 북한 실세 3인방의 청와대 예방 거부와 관련, 이들 방한을 논의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참석 멤버들을 향해 "국가안보실장, 외교장관, 통일장관, 비서실장이 다 모여 기껏 짜낸 꾀가 이것밖에 안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류 장관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못했다.
최은석 기자 cha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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