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포틀랜드는 여러 가지 별명을 가진 도시다. 국제 장미테스트 정원이 있는 도시답게 수백가지 종류의 장미로 유명해서 장미의 도시, 목재산업이 발달했던 곳이라 나무를 베고 남은 그루터기가 많았던 데서 유래한 스텀프타운, 남북으로 도시를 가로지르는 윌라메트강에 아름답고 역사 깊은 다리가 많아서 브리지타운으로 불린다. 최근에는 한 가지 별명이 추가되었는데 바로 '푸드카트의 천국'이다.
1987년 포틀랜드 남서쪽 5번가와 스타크가(街) 변두리 주차장에 처음 등장한 이래 푸드카트는 빠른 속도로 번창해 도시의 문화적 아이콘이자 일자리 창출의 원천으로 자리잡았다. 푸드카트는 대개 수십개씩 모여 있는데 이를 푸드카트 포드(POD)라고 부른다.
포틀랜드 시내에 6개의 큰 포드가 있는데 푸드카트의 수는 500개에서 600개 정도로 추산된다.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멕시코, 중국 및 이탈리아 음식점은 말할 것도 없고 레바논, 이란, 이라크, 스칸디나비아, 한국, 베트남 등 전 세계 50여개 나라의 음식을 판다. 여기에서 맛 볼 수 없고, 찾을 수 없는 음식이란 거의 없다.
푸드카트는 정식으로 식당을 차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임대료(월 600달러 정도)를 내기 때문에 자본이 부족한 젊은이들의 소규모 창업을 촉진한다. 전국에서 요리를 좀 한다 하는 젊은이들이 포틀랜드로 모여드는 중요한 이유다.
길거리 음식, 길거리 요리사라고 해서 얕보았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 미국에서 공정한 리뷰로 잘 알려진 옐프(Yelp) 사이트에서 식당 부문 상위권에 올라 있는 푸드카트가 여럿이기 때문이다. 5~10달러의 저렴한 가격에 온갖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어서 포드는 포틀랜드 시민뿐만 아니라 여행객들에게도 큰 인기다. 가장 맛있다고 알려진 푸드카트 음식을 골라서 맛보는 '푸드카트 투어'는 포틀랜드 여행객이 즐겨 찾는 관광 상품이다.
푸드카트에서 큰 성공을 거둔 사람은 가게를 차리면서 확장하기도 한다. 포틀랜드의 유명 식당 캔틴은 푸드카트 주스바를 운영하다가 확장한 경우다. 파인스테이트 비스킷이란 식당은 토요일마다 열리는 파머스마켓에서 푸드카트를 운영하다가 시내에 식당을 열었다. 지금도 파머스마켓에서 푸드카트를 운영하고 있다. 포틀랜드의 명물 아이스크림 가게인 솔트앤스트로 역시 푸드카트 출신이다.
포틀랜드에서 식당과 푸드카트는 넘나들기 쉬운 경계다. 그 이유는 길거리 음식을 만드는 길거리 요리사지만 그들의 배경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다른 식당에서 몇 년씩 일하며 경험을 쌓는 것은 물론 명문 요리
학교 출신도 즐비하다. 자신의 요리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요리법을 개발하는 열정을 가진 물이다. 푸드카트 포드의 치열한 경쟁은 이들을 더욱 단련시킨다. 메뉴가 중복되거나 맛이 없거나, 친절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도태된다. 이 때문에 매월 문을 닫는 푸드카트가 생긴다. 하지만 새롭게 문을 여는 곳도 있다. 임대비 등 각종 창업비용이 적은 만큼 물갈이도 활발하다. 하지만 독특한 메뉴, 신선한 재료, 위생적관리 등을 유지하는 푸드카트라면 실패할 확률은 낮다고 한다.
포틀랜드시는 다른 도시와 달리 푸드카트의 영업을 억제하지 않고, 그들을 위한 별도의 규칙과 정책을 새로 만들어 이들을 지원한다. 푸드카트 관리나 위생에 대해 관리하면서 포틀랜드의 일부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덕분에 포틀랜드는 독특하고 창의적인 음식문화를 갖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소규모 창업이 활발한 도시가 되었다.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지만, 획일적으로 치킨 등 일부 업종에 치중돼 있으며 창업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실패율까지 높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생각하면 포틀랜드의 푸드카트 포드는 참 배울 점이 많다.
이은형 美 조지폭스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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