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국제유가가 날개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3분기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달 30일(현지시간)에도 미국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와 북해산 브렌트유는 동반 급락했다. 머지않아 배럴당 90달러선 붕괴는 시간문제일뿐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1월물 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3.41달러(3.6%)나 떨어진 91.16달러에 마감했다.이는 지난 2012년 11월 7일이후 최대 낙폭이다. WTI는 지난 6월 25일 배럴당 104.44달러로 연중 최고치를 찍은 뒤 꾸준히 하락, 3분기에만 13%나 떨어졌다.
런던ICE선물시장을 중심으로 거래되는 북해산 브렌트유도 동반하락 중이다. 심리적 저지선이었던 95달러선마저 무너지며 장중 94.24달러까지 내려갔다. 브렌트유 역시 지난 6월 23일 배럴당 113.81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한달 사이 무려 8%대의 낙폭을 기록했다.
이날 유가 하락은 주요 결제수단인 달러화 강세에 직접적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많다. 유로존은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부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선 견조한 경기회복세를 바탕으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양적완화 종료와 금리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 양측의 상반된 통화정책 전망이 부각되면서 달러화는 최근 2년만에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보다 근본적으론 수급 불균형 우려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산유국들은 오일 달러 확보를 위해 산유량을 늘리는데 주력해왔다. 이날도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9월 산유량이 상당히 늘어났을 것으로 전망하는 뉴스가 나오면서 낙폭을 키웠다. 9월 OPEC의 산유량은 리비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증산 여파로 하루 평균 3096만배럴을 기록, 8월의 3015만배럴을 넘어선 것으로 분석됐다. 자국내 석유자원 개발은 최소화하고 수입에 비중을 뒀던 미국이 10월 중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최대 산유국에 오를 것이란 전망도 유가엔 큰 부담이다.
반면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는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하곤 유로존과 중국, 신흥국시장(EM) 모두 성장률 둔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달 11일 월간 석유 동향보고서에서 “전세계 석유 수요 증가가 전례 없이 위축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지난 2분기 석유 수요 증가 폭이 하루 평균 50만 배럴을 밑돌았다면서 이는 최근 2년 6개월 사이 처음이라고 집계했다.
이같은 상황에선 유가의 추가 하락은 불가피해보인다. 이날 경제전문매체 CNBC에 출연한 시장전문가 스콧 네이션스는 “원유시장의 환경이 변화되지 않고 있다”면서 “아직 유가 하락의 바닥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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