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스티브 잡스로 변신했다.
이 장관은 29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해양수산 신산업 창출을 위한 투자유치 설명회'에 참석, 원고도 없이 20분간 잡스를 연상시키는 프레젠테이션(PT)을 했다. 이날 방청석에는 국내 250여개 기업 관계자들이 앉아 있었다.
양복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간 이 장관은 PT에 앞서 노란리본이 달린 재킷을 벗었다. 흰색 와이셔츠에 핀 마이크를 착용한 그는 기업인들에게 사업화가 가능한 해양수산분야 리스트 230개를 직접 제안하며 투자를 요청했다. 그는 "낡은 중고선으로 운영하는 연안여객, 불편해서 입지 않는 어선원 구명조끼 등 낙후된 분야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원탁의 기사'에 나오는 가웨인의 예를 들며 "지금은 낙후되고 형편없어 보이지만 꾸준한 투자가 있으면 각광받는 효자산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에서 낡은 중고선을 들여와 운영하는 연안여객분야나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수산가공분야 등이 새로운 투자기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산업화가 멀어 보이는 분야라도 성공모델(First mover)이 있다면 우리도 성공할 수 있다"며 심해저 광물기업인 캐나다의 노틸러스, 세계적인 선박관리업 회사인 모나코의 V십스, 노르웨이의 수산가공기업 마린하베스트, 선박평형수 처리분야 세계1위인 국내 기업 테크로스를 꼽았다.
이날 이 장관의 두 손에는 따로 원고가 없었다. 눈에 띄는 큰 동작을 하거나 반응을 끌어내기보다는 호소력 있게 청중과 교감하고 쉽게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장관이 참석 기업관계자들에게 나눠준 해양수산분야 사업화 가능 리스트에는 마리나항만개발, e-내비게이션, 해수 용존 리튬추출사업 등 해수부 주력 추진사업에서부터 해양심층수 화장품ㆍ스파 사업, 수산물 간편식품 개발, 저체온증 예방 구명조끼 개발사업 등 세세한 분야에 이르기까지 해양수산분야와 관련된 내용들이 담겼다.
이 리스트는 큰 분야에서만 투자기회를 찾지 말고 청년층의 개인 창업까지 아우르는 '이종 협업'이 필요하다는 이 장관의 지시에 따라 만들어졌다. 그는 "우리가 이렇게 사업목록을 만들면, 기업은 여기에서 수천, 수만 가지의 사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이 장관은 강영중 대교홀딩스 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조현철 대명레저산업 대표, 김성회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등 33명의 대기업ㆍ중견기업 대표와 따로 이번 설명회의 취지를 설명하는 시간도 가졌다. 그는 "해양수산업의 특성상 국내에서 경쟁력을 갖고 사업화에 성공할 경우 해외시장에서도 역량을 갖춘 것"이라며 "사업리스트를 더 정밀하게 만들고 기업들의 건의사항을 수렴해 내년 정책에도 우선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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