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매도의견 낸 곳 한화증권 한 곳뿐…NR리포트 1544건으로 늘어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특정 종목을 팔라는 '매도' 리포트를 내는 데는 소극적인 반면, 투자의견이 없는 'NR(Non Rated)'리포트만 남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 한전 부지 매입, 삼성전자 어닝쇼크 등으로 주가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매수'만 합창하는 분위기로 올바른 투자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2일 시장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전수조사한 결과, 전체 43개 증권사 가운데 올해 매도의견을 낸 증권사는 한화투자증권 단 한 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1년부터 매도 의견을 낸 증권사는 2013년 메리츠종금증권, 2012년 토러스투자증권, 2011년 HMC투자증권 등 각각 1개사 뿐이다.
지난 18일 현대차가 한국전력 삼성동 부지를 감정가(3조3346억원)보다 3배 높은 10조5500억원에 낙찰받자마자 JP모건, HSBC, 노무라 등 외국계 증권사 3곳은 투자의견을 모두 '중립'으로 내렸다. 목표주가도 각각 23만원, 22만원, 22만원으로 낮췄다. 에르스테그룹 등 2곳의 외국계 증권사는 매도 의견을 유지했다. 반면 국내 증권사들의 시각은 여전히 '매수' 일색으로, 현대차에 매도 의견을 낸 곳은 한 곳도 없었다. 현대차 주가는 올 초(22만4500원) 대비 19일 종가(19만4500원) 기준 13.3%가 떨어졌다.
올해 주가가 급락한 삼성전자와 엔씨소프트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외국계 증권사에서는 매도 보고서가 각각 3건, 2건씩 나왔지만 국내는 '0건'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 초 대비 최대 15.3%, 엔씨소프트 주가는 46.2% 급락했다.
매도 의견에 소극적인 국내 증권사들은 투자 의견이 없는 NR리포트를 쏟아내고 있다. 2009년 8건에 불과하던 NR리포트는 2010년 1065건으로 급등한 뒤 2011~2014년에 각각 1701건, 1781건, 2248건, 1544건으로(2014년 9월12일 기준) 증가세가 이어졌다. 통상 증권사 기업 리포트는 실적 추정치를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따져 매도ㆍ중립ㆍ매수 등 투자의견과 함께 목표주가를 제시한다.
하지만 'NR(Not Rated)'리포트는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를 밝히지 않는 채, 단순히 기업설명회(IR)나 탐방 내용을 담거나 회사 측이 밝힌 영업목표를 전망치로 제시한다. 달리 말하면 애널리스트들이 주가 향방은 물론이고 해당 종목을 '잘 모른다'는 얘기다.
증권사가 NR리포트를 남발하면서 리서치센터가 투자 정보 제공이라는 기본적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NR리포트는 투자의견과 목표가를 제시하지 않아 해당 종목을 사야할 지 말아야 할지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NR리포트 남발이 증권가 불황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업황 악화로 증권사들이 줄줄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리서치센터 시니어급 인력이 대폭 축소됐다. 게다가 중소형주들의 경우실적 변동성이 크지만 한정된 인력과 비용으로 인해 분석하기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한 대형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증권업황이 악화되면서 시니어 애널리스트들이 줄고 주니어 애널들이 늘면서 공식 커버 대상이 아닌 NR리포트들이 급증한 측면이 있다"며 "NR리포트 언급 자체를 특정 종목에 대한 추천으로 해석하는 시각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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