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활용도 높인 소형 인기…4년 뒤엔 전체 가구 중 60%가 60㎡ 이하서 생활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1~2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주택시장에 '소형화' 바람이 거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된 상황이라 변화는 더욱 빨랐다. 줄어든 가족 구성원을 반영한 변화가 하나둘 일었다. 수년 전부터 대형보다 중소형 평형이 인기를 끌더니 최근에는 실용성을 극대화한 틈새 평면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통계청이 5년마다 실시하는 인구주택총조사(2010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는 414만2165가구로 전체 1733만9422가구의 23.9%를 차지했다. 10년 전 조사 때(15.5%)에 비해 8.4%포인트 증가했다. 가구 수로는 191만8000가구, 86.2% 늘었다. 1980년 4.8%에 불과하던 1인 가구 비중은 2021년 30%대에 진입한 뒤 2033년 전체 가구 중 3분의 1(33.6%)을 넘어설 전망이다. 2인 가구까지 더하면 2025년께 전체 가구의 62.5%가 1~2인 가구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예전에 비해 결혼 시기가 늦어진 데다 홀로 사는 고령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이처럼 '소가족화' 되자 주택시장도 변했다. 2008년 불어 닥친 금융위기로 국내 주택시장은 이미 실수요자 위주로 바뀌었다. 대형화, 고급화에서 소형화, 실속형으로 전환됐다. 규모별 주택 인허가 실적을 봐도 중소형 인허가 비율이 높아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중소형 주택 인허가 비중은 2007년 63%에서 2010년 73%로 3년새 10%포인트 늘었다. 지난해 인허가된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주택은 36만여가구로 전체 44만가구의 81%를 차지했다. 특히 60~85㎡의 비중은 42.4%나 됐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가구구조 변화에 따른 주거규모 축소 가능성 진단' 보고서(2012년)에서 2017년 전체 가구의 61%(75만 가구)가 60㎡ 이하 소형 주택에서 살 것으로 예측했다. 60~102㎡ 중형 주택 거주자 비율은 31%(38만 가구)로 예상했다. 반면 대형 주택이 필요한 가구는 8%(10만 가구)에 그쳤다. 2007~2011년 분양된 대형 아파트가 25만가구인 점을 고려할 때, 향후 5년간 대형 주택 수요가 이미 분양된 대형 주택 수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도 시장 변화에 몸을 싣고 있다. 국민주택 규모로 불리던 85㎡의 획일화된 평형 공급을 넘어 최근에는 더 작아지고 세분화된 틈새 평면 아파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소형 평형에 공간 활용과 실용성을 극대화해 체감 면적을 넓힌 것이다.
포스코건설이 9월 공급하는 '부산 더샵 시티애비뉴Ⅱ'는 59~84㎡ 아파트 216가구와 29~64㎡ 오피스텔 230실로 구성된다. 이 중 오피스텔은 방 2개로 설계, 생활공간을 분리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지건설의 '평택청북지구 이지더원'은 분양가구 513가구 전체를 틈새 평면인 75~76㎡로 구성해 수요자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
평면 특화설계, 소형 단일면적 등 실속형 설계를 반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림산업이 9월 경북 구미시에 공급하는 'e편한세상 구미교리'는 59~84㎡ 803가구 중소형으로 이뤄졌다. 이 중 59㎡B형은 거실과 방 3개가 연접한 4베이 구조로 설계됐다. 앞서 계성종합건설이 전북 전주에 분양한 '건지산 이지움'의 경우 59㎡ 단일평형에 5개의 특화평면 설계가 적용됐다. 일부 타입에는 4베이가 도입됐고 E타입은 펜트하우스로 3면에 테라스를 적용했다. 호반건설의 '시흥 배곧 호반베르디움 2차'도 63~84㎡ 중소형 평형의 80% 이상이 4베이 판상형 구조였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개편되고 1~2인 가구가 늘면서 건설사들이 시장 변화를 반영한 다양한 특화 평면, 공간 활용 등을 선보이고 있다"면서 "앞으로 인구 구조변화를 감안할 때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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