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올해 평가 대상인 서울시 내 자율형사립고 14개교 가운데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우신고, 이대부고, 중앙고 등 총 8개교가 기준점수에 미달돼 지정 취소 대상이 됐다. 그러나 교육부가 이번 평가에 대해 이미 '반려' 계획을 밝힌 만큼 실제로 지정이 취소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은 4일 이 같은 내용의 '자사고 운영성과 종합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향후 교육부와 협의를 거쳐 10월에 지정 취소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고 밝혔다. 문용린 교육감 시절인 지난 6월의 평가 때는 자사고 유지 기준에 미달된다고 판정받은 학교가 없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기존의 교육부 표준안을 바탕으로 한 6월 평가 때는 직권 취소 요건에 해당하는 감사 지적 사항이 제대로 평가에 반영되지 못했고, 최저점에 해당하는 '매우 미흡' 평가를 받더라도 기본 점수를 받기도 했다"며 "보편적인 중등교육제도의 개선과 발전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가의 측면이 소홀히 취급되고, 중요성에 비해 점수 배점이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이를 수정·보완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평가는 중요 항목의 배점과 척도점이 조정되고 교육청 재량평가 지표로 '교육의 공공성' '선행학습 방지 노력' 등이 추가로 반영됐다.
조희연 교육감은 후보 시절부터 '일반고 전성시대' 정책의 일환으로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자사고를 엄격히 종합평가해 지정을 취소하겠다고 밝혀왔다. 시교육청은 "자사고들이 입시교육에 치중해 제도 도입 취지를 훼손하고 있고 우수학생의 쏠림을 유발해 일반고 교육환경을 악화시키는 등 공교육의 안정성을 크게 위협하는 실정"이라고 이번 종합평가 발표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지난 1일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지정 취소하려면 먼저 교육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돌연 입법예고하고 서울시교육청이 협의를 요청해오더라도 즉시 반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자사고 재평가 결과를 '검토할 필요도 없이' 반려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세운 데 대해 교육부는 '이미 완료된 평가를 새 교육감이 지표를 보강해 다시 진행했다는 것'을 가장 큰 문제로 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교육청과 교육부는 지난 2일 면담을 가졌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박성민 교육부 학교정책과장은 "'반려' 입장에는 변함이 없고, 시교육청 측도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어 평행선을 긋고 있는 상태"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오늘 공식적으로 지정 취소 대상을 발표했으니, 교육부도 기존 입장대로 시교육청이 협의를 요청해오더라도 되돌려보내겠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고 말해 이 사안은 결국 법리논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졌다.
현행법은 자사고 재지정 취소와 관련해 교육부와 시교육청이 '협의'하게 돼 있는데, 이를 두고 교육부-교육청 간에 해석을 달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부 장관과의 '사전 협의'는 의견제시 수준으로 교육부와 의견이 다르더라도 지정취소 권한은 최종적으로 교육감에 있다"는 입장인 반면 교육부는 "서울시교육청에서 무리하게 공약을 이행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협의'라는 개념 자체를 (교육청 마음대로 하는 것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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