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안전 점검·교육 분야에 대기업 등 민간 기업 참여 확대 추진.., 세월호 유가족·전문가 반발 거세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정부가 안전 분야에 대한 민간 자본의 참여를 확대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선박 안전 점검을 민간 회사인 '한국선급'에 맡겼다가 결국 부실안전 점검으로 참사의 한 요인이 된 세월호 사건의 교훈을 벌써 잊은 게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정부는 지난 26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한 제5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안전 점검ㆍ교육 분야에 대한 민간 대기업의 참여 확대를 뼈대로 한 '안전산업 발전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산업연구원은 "안전 분야 투자 활성화를 위해 민간투자법을 개정해 방재시설에 대한 민간 투자를 허용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놨다. 유럽계 컨설팅사 한국지사장으로 알려진 이석근 자문위원은 더 나아가 "안전을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육성하는 차원에서 민간기업, 특히 대기업의 참여는 정부 예산의 한계를 보완하고 인프라 안전도의 단기간 내 제고를 위해 필수적"이라며 "해외에서도 도로ㆍ교량 등 주요 기간 시설에 대한 부분 민영화나 운영의 아웃소싱을 통해 윈-윈을 성취한 사례가 많다. 민간 위탁을 늘리고 이를 관리ㆍ감독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도 이같은 주장에 적극 힘을 실어줬다. 그는 "그간 공공기관이 독점해왔던 안전점검이나 안전교육도 민간 전문업체를 참여시키면 일자리 창출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며 "새로운 비즈니스가 창출되고 조사, 모니터링 요원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도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의 안전산업 발전 방안은 큰 논란을 빚고 있다. 우선 세월호 유가족들이 반발하고 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이하 가대위)은 27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해경이 제대로 구조하지 못한 게 문제이지 언딘 같은 민간구조업체가 적은 것이 문제였나"라며 "대통령이 최종 책임을 어떻게 져야 하는지 깨닫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의 주원인이 안전분야 규제 완화에 따른 민간의 안전불감증으로 드러나고 있는데도 정부가 이를 무시한 채 거꾸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정부의 안전 분야 민간 참여 확대가 본말이 전도된 대책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박 대통령이 "공공기관이 안전점검을 독점해왔다"고 말한 것부터가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다. 민간 전문회사인 '한국선급'이 부실한 안전점검으로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제공했듯 이미 선박이나 승강기 등 안전 점검의 상당 부분이 민영화돼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국가 안전 관리 및 예방 시스템 강화' 대신 민간 참여 확대를 내놓은 것은 책임 방기라는 지적도 있다. 박재현 인제대 토목과 교수는 "안전 분야 민간 참여 확대란 것은 무슨 일이 일어나도 공무원들이 책임을 지지 않고 도망갈 곳을 마련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중요한 분야의 안전은 국가가 직접 기관을 만들어 점검하고 책임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형성됐던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조치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이윤과 비용의 논리보다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시해야 한다는 게 세월호 사건 이후 국민들의 요구였다"며 "사회적 논의나 합의도 없이 이에 역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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