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실적 부진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셰일가스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높은 초기 비용 문제와 불투명한 수익성으로 인해 현재의 '셰일가스 붐'이 '제 2의 파라자일렌' 꼴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국내 기업 최초로 셰일가스를 수입해 들여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예 광구 운영권을 인수해 직접 생산하고 있다. 이를 위해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월 미국 오클라호마와 텍사스에 있는 석유 생산광구 2곳의 지분을 3억6000만 달러(약 3870억원)에 인수했다. 현재 오클라호마 광구에서 생산 중인 하루 3750만 배럴의 원유와 가스 중 15%가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이다.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최근 미국 오클라호마 석유생산광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셰일혁명의 본거지인 미국에서 셰일가스, 셰일오일을 비롯한 비전통 자원 개발에 본격 참여하겠다"고 강조했다.
GS칼텍스는 지난달 국내 정유사 중에선 처음으로 셰일가스를 뽑아낼 때 나오는 초경질유인 콘덴세이트 수입에 나섰다. 미국 가스회사 엔터프라이즈가 생산한 콘덴세이트 40만 배럴을 구매, 국내로 들여왔다. 중동에 치우친 수입국을 다각화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전략이다. 다른 정유사도 비슷한 방식의 원료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월 미국 석유화학기업 엑시올과 함께 셰일가스 기반의 에탄크래커(에탄 분해설비) 플랜트 건설 합작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케미칼과 엑시올은 셰일가스에서 나오는 저가 에탄올을 활용, 값싼 에틸렌을 연간 100만톤씩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케미칼 역시 같은 형태의 투자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셰일가스의 경제성이 검증된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셰일가스를 저장, 운반, 운송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거니와 수익성에 대해서도 논란이 분분하다.
실제 셰일가스 개발업체들의 수익성도 아직 그리 좋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과 네덜란드 합작기업인 셸은 지난해 미국 셰일가스 사업에 투자한 24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상각처리했다. 또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영국 BP는 셰일가스 사업에서 21억 달러 규모의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이광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셰일가스 개발은 비교적 새로운 기술이기 때문에 가스 자원을 어느 정도 회수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한 측면이 있고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투자비용 관리에도 어려움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또 파라자일렌이 새로운 '현금창출원(cash cow)'이 된다며 너도나도 공장 증설에 나섰던 것처럼 과도한 경쟁이 오히려 독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중국의 대규모 투자로 인해 파라자일렌 가격은 폭락했고 현재 국내 업체들은 공장을 돌려도 손해 보는 상황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셰일가스의 사업성에 대해서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선과 원료가 저렴한 북미 등 세계 각지로 서둘러 진출해야 한다는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면서 "세계 에너지 시장의 흐름을 따라야 하겠지만 현재의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무리하게 경쟁이 벌어진다면 제2의 파라자일렌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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