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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은행업의 본질은 돈장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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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은행업의 본질은 돈장사다 박성호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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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 비즈니스' 오래전 이야기지만 상업은행 은행원의 생활을 요약한 표현이다. 연 3%에 예금을 받아 그 자금을 6%에 빌려주고 오후 3시면 골프장에 가 있는 은행원 생활 패턴이다. 한마디로 놀고 먹는 직종이라는 비난이다. 그래서인지 상업은행이 생기기 한참 전 중세 교부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이자는 노동 없이 시간만으로 돈을 버는 것으로 신의 의지에 반한다"며 이자놀이를 죄악시했다.


최근 금융보신주의가 화두다. 대통령도, 경제부처들도 어려운 경제환경 속에서 꼬박꼬박 순이익을 내고 있는 은행들이 얄미운 모양이다. 그래서 '돈 장사'에 매몰돼 있는 은행들 군기잡기에 일제히 나서고 있다.

욕 먹을 각오하고 말한다면 은행업의 본업은 분명히 '돈 장사'다. 특히 우리나라 은행은 상업은행이다. 한국 땅에서 자란 은행은 예외 없이 '돈 장사'를 하라고 정부가 허가를 내줬고 그 업을 영위한다. 안전한 돈벌이에 혈안이 돼 있다는 비난은 흔히 외국 IB(투자은행)를 통상 은행이라고 지칭하는 것에서 나오는 오해에서 비롯된다.


미국 정부는 1929년 대공황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업을 예금을 기반으로 하는 상업은행과 자기 자본투자를 본업으로 하는 투자은행으로 나눴다. 고객예금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유지로 직결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 예로 JP모건은 상업은행으로 남고 투자은행 부문만 떼어나 JP모건 파트너 중 하나였던 해럴드 스탠리 이름을 넣어 모건스탠리라는 투자은행을 만들었다. 재미있는 것은 1999년 그램 리치 블라일법에 의해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벽을 치는 이 규제가 무효화됐음에도 상업은행들이 투자은행업을 합치지 않고 자회사 설립이나 별도 부문을 둬 예금보호에 소홀치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정부가 우리나라 은행에 바라는 건 과감한 대출이다. 기술평가를 통해 유망한 중소기업의 성장성을 담보로 자금을 공급해 줘야 경제 활력이 돌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견 정당한 지적이다. 은행의 공공성을 고려해 보면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대통령까지 나서 은행의 대출정책을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 은행들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이 시점이 지나고 나면 언제인가 정부정책에 호응했던 임직원들이 부실대출 책임론에 휩싸일 건 명약관화하다는 점을.


결과론적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우리나라 은행들은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무지 때문에 제대로 투자를 못해 그나마 후폭풍을 크게 겪지는 않았다. 당시에 외국 IB들이 부채담보부증권(CDO) 등 각종 파생상품 투자로 갈고리로 돈을 긁어모을 때 한국 은행들은 뭐하고 있냐는 비난 여론이 컸다. 뒤늦게 시중은행이 CDO에 손을 댔는데 채권 형태로 거래한 액면금액 19억달러 중 16억2000만달러가 손실 처리됐다. 신용부도스와프(CDS)로 거래한 14억6000만달러의 액면금액 중 5억3000만달러도 손실 처리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당시 투자 관련 은행장과 임직원들은 금융당국의 혹독한 조사와 징계를 받아야 했다.


2006년 미국 부동산 시장이 뜨거울 때 '닌자대출'(NINJA loan)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수입도 직장도 재산도 없는(No Income, No Job, no Assets) 이들에게 대출을 해 준 은행권을 빗대며 리스크관리 소홀을 탓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부시 정부조차 서민들의 자가보유율을 정책성과로 내세웠으니 더 이상 부실대출에 대한 지적은 귀에 들리지 않았다.


금융위원회가 기술금융 실적이 우수한 은행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기술신용평가 무담보 신용대출 시행시 최대 3%포인트까지 금리혜택을 보도록 했다. 금융사 직원 면책범위도 넓어진다. 그런데 청와대 주인은 5년마다 바뀐다. 장관 자리는 길어야 2년이다. 금융산업과 금융직원들의 삶은 최소한 이보다 길다.






박성호 금융부장 vicman120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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