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인원 기자]신용평가 산업의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해 대기업의 계열사 지원 가능성을 배제한 '독자신용등급'이 내년에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신용평가제도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계열사의 지원가능성을 배제한 독자적인 기업 신용평가 정보를 추가적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2015년 중에 시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신 위원장은 "LIG건설, 동양그룹 등 일련의 기업부실 과정에서 등급 인플레이션, 뒷북 등급조정 등 신용평가 산업에 대한 신뢰성 우려가 확산됐다"며 "신용평가사의 부정적인 영업행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용평가사에 대한 행위규제를 재점검하고 자본시장법 개정 등에 따른 제도개선 사항이 엄정하게 집행되도록 관리 감독을 보다 철저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 또한 신용평가제도의 개선을 위해 독자신용등급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임형준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복잡한 순환출자 등에 기반한 지배구조에서 계열사의 암묵적인 지원을 전제해 평가할 때 신용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독자신용등급을 도입하면 신용평가사의 사후평가를 개선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용국 NICE신용평가 전무는 "독자신용등급 도입은 계열의 신인도, 전략 급변 시 기업의 기본적 채무상황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며 "최종신용도 도출과정에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 오해할 수 있으니 '등급'이라는 용어가 아닌 '신용위험 구성요소'를 뜻하는 용어를 사용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회사채 발행사과 신용평가사 간의 이해상충을 완화하기 위해 신용평가사를 강제지정하는 '의무지정제'나 신용평가사들이 돌아가며 특정기업을 평가하는 '순환평가제'를 도입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토론회 축사에서 "현행 제도에서 신용평가 대상 기업이 직접 수수료를 내고 신용평가기관을 선정해 평가를 받는 방식으로 진행돼 신용평가 대상기업이 고객으로 당연히 '갑'의 위치에, 신용평가기관은 '을'의 위치에 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과 신용평가사 사이 '갑을관계'가 형성되다 보니 신용평가사는 의뢰 기업에 낮은 등급을 줄 수 없는 상황에 내밀려 '등급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기업 또한 더 좋은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는 신용평가사를 찾아 '등급쇼핑'에 나서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무지정제나 순환평가제 도입의 부작용도 적지 않아 신중하게 검토해야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신용평가 순환제나 지정제의 도입은 글로벌 규제의 변화추이를 살피면서 장기적으로 도입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 역시 "발행사 수주를 둘러싼 평가사간의 과도한 경쟁을 제한하고 신용평가의 공정성 제고를 위해 일정기간 피평가 기관에 평가를 하는 경우 해당기업의 평가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의 도입 검토는 필요하다"면서도 "외국에서도 부작용을 우려해 순환평가제 도입을 미루고 있어 장기적으로 검토돼야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이운룡 새누리당 의원은 "신용평가 감독 체제를 강화했다고 하지만 '등급장사', '등급쇼핑'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그 해결방안이 미흡하다"며 "필요하다면 자본시장법 개정 등 실효성 있는 정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인원 기자 holeinon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