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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바이러스로 '제노포비아' 확산…아프리카 학생들 대외활동 꺼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7초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요즘 우리를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눈빛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낍니다. 죄인이 된 느낌이에요."


서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바이러스로 인해 국내 대학가에서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아프리카 학생들은 한국인들의 달라진 눈빛과 태도에 대외활동까지 꺼리게 됐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질병에 대한 공포'가 '인종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6일 국내 대학 커뮤니티 및 각종 포털사이트의 게시판에는 '에볼라'라는 단어를 검색할 경우, 페이지마다 각각 수십건의 글과 수백건의 댓글을 발견할 수 있다. 한 대학 커뮤니티에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확산된 서아프리카 지역에 매년 봉사활동을 가는 의료봉사동아리에 아프리카 출신의 같은 학교 학생이 가입했다는 것이 알려지자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우리 학교에 돌아다니는 건가", "제적시켜야 한다", "혐오스럽다"는 댓글이 달렸다. 또 다른 대학 커뮤니티에서 한 학생은 "오늘 학생식당에서 가나에서 온 교환학생이 밥을 먹었는데 누군가는 그가 사용한 숟가락과 포크를 다시 사용할 것"이라며 "여러분들 학생식당에서 밥 먹으면 죽어요"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밖에도 각 포털사이트 익명게시판에는 아프리카인들을 비방하고 조롱하는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이같은 반응은 아프리카 인들이 참여하는 행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덕성여대는 학생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국제연합(UN)과 공동으로 개최하는 행사에 나이지리아 학생 3명의 초대를 취소했다. 고신대는 지난달 30일 아프리카 가나로 해외봉사활동을 떠난 학생들을 조기귀국 시키기로 결정했다. 이밖에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기념해 열리는 음악회나 대학가 및 연구기관에서 초청하는 세미나에 아프리카 국가들이 참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행사 취소를 요구하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국내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아프리카 학생들은 한국인들의 이같은 반응에 초연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방학을 맞아 열리는 각종 다문화 행사에 불참하는 등 사회생활까지 단절하려는 모습도 있었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인 나이지리아 국적의 아지즈(24)씨는 "에볼라바이러스는 서아프리카에서도 일부 지역에서만 발생하는 병"이라며 "이를 두고 아프리카인 전체를 욕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학생인 가나 국적의 아풀 조지(27)씨는 "요즘 카페에 가면 한국 학생들이 불편해하는 모습이 보인다"면서 "방학 때마다 참가했던 봉사활동도 이젠 못하게 될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전문가들은 에볼라바이러스로 인한 외국인 혐오 현상은 단순 질병 때문만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사회 질서체계가 흔들릴 경우 인간은 낯선 것에 대한 거부감이 생겨나는데, 이때 하나의 희생양을 찾아 갈등을 전환시키려는 속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존에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던 질서가 흔들리면 사람들은 낯선 것, 특히 외국인들에 대한 거부감을 갖게 된다"면서 "중세 유럽에서 흑사병이 돌던 당시 마녀사냥이 자행된 경우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람은 위기에 처할 때 자기의 생명을 지키려는 심리가 있는데 이때 개인주의적 속성이 강하면 이같은 경향이 나타난다"면서 "사회 문제를 공동체의 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일단 나부터 살고자 하는 마음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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